[사설] 대형마트 평일 휴일 확산, 낡은 유통 규제 집착할 때 아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내년 1월부터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인 대형마트 강제 휴업일을 월요일이나 수요일로 바꾸기로 했다. 서초구는 20일 지역 내 대형마트·슈퍼마켓협동조합·체인스토어협회 등과 이런 내용의 상생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올 2월과 5월 각각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가 평일로 휴업일을 변경한 데 이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서초구가 처음으로 휴업일 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자체들이 잇따라 의무 휴업일 변경에 나서는 것은 규제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월 2회 일요일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금지를 골자로 한 대형마트 규제는 골목 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2012년 3월부터 시행됐다. 일요일 쇼핑 수요를 전통 시장으로 유도한다는 취지였지만 전통 시장 활성화는커녕 소비자 선택권만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온라인 배송이 확산하면서 골목 상권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 산업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했다. 전국의 전통 시장 수는 2013년 1502개에서 2021년 1408개로 외려 줄었고 대형마트 매출도 같은 기간 39조 원에서 35조 원으로 뒷걸음질했다. 반면 온라인 매출은 38조 원에서 210조 원으로 폭증했다.


대구시의 조사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 변경 뒤 6개월간 전통 시장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했다.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 시장이 죽는다는 우려와 달리 ‘윈윈’ 성과가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64.2%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필요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만이라도 허용하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마저 ‘골목 상권 타격’을 핑계로 발목을 잡고 있다. 유통 시장은 급변하고 국민들의 소비 행태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규제를 조속히 풀고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근본 해법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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