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태어난 나라 이스라엘. 크리스마스의 축가가 울려야 할 땅이 죽음과 통곡의 땅이 됐다. 개전 석 달을 향해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하마스의 도발 첫날만 전쟁이었지, 이스라엘의 반격이 시작된 후로는 치고받는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다. 하마스에는 응전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10월 7일 도발 첫날 하마스는 7000발의 로켓과 육해공 입체 침공으로 대부분이 민간인인 1400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의 반격에 의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2월 15일 현재 2만 명이라는 게 하마스 측의 주장이다. 하마스에 희생된 이스라엘인 1400명의 15배에 가깝다.
15배의 인명 피해는 보복의 비례 원칙을 훨씬 벗어난 것이다. 하마스가 요새처럼 만들었던 터널들은 이제 이스라엘이 바닷물로 채우는 ‘충수(充水) 작전’의 대상이 됐다. 터널에 해수를 채워 하마스 요원을 수장하겠다는 것이니 인간 잔인성의 막장을 보는 것 같다. 나치가 유태인들을 가스실에 몰아넣어 질식사시킨 홀로코스트가 연상된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에 진입해 작전을 하고 있다면 전쟁은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간인 사이에 숨어 있을 하마스 주범자를 색출하는 것만 남아 있는 셈이다. 그 작전은 이제 첩보전으로 옮겨져야 하고, 특히 어린이와 여성 등의 목숨을 희생하며 전개할 작전은 아니다.
이 시점에서 이스라엘에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휴전을 통해 더 이상 무고한 희생을 줄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완전 소탕할 때까지 아무도 우리의 공격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무차별 공격으로 인해 세계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마스의 무모한 도발을 개탄하던 세계 여론도 이스라엘의 과도한 보복에 대해 차츰 반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달 12일 유엔 총회에서도 186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153개국이 무조건 휴전에 찬성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괴멸을 말하고 있으나 가자의 하마스가 사라진다고 해도 주모자들이 해외를 활동 거점으로 삼고 있는 한 모두가 없어지진 않는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분쟁의 시작은 가깝게는 이스라엘이 독립한 1948년이지만 멀리는 2000년이 넘은 것이다.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듯이 그렇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번 전쟁에서 양측의 인명 희생이 과거 어느 전쟁보다 커 그 후유증도 오래갈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천년 전쟁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찌할 것인가. 이스라엘은 대항 능력을 잃은 하마스에 대한 보복을 이제는 멈춰야 하지 않겠나.
하마스 제거를 포함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는 어차피 대화로 시작돼야 한다. 대화를 위해서는 양측에서 극단주의는 배제돼야 한다. 가자에서 하마스의 척결이 필요하듯이, 이스라엘에서도 팔레스타인과의 공존보다 선민사상에 뿌리박은 극우 정치를 벗어야 한다.
지난달 타계한 독일계 유태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1970년대 극우 유태주의를 향해 “2000년 동안 박해를 받았다면 우리에게도 뭔가 잘못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과의 대화에서 이스라엘이 취해야 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