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20일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했다. 이미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보름 이상 넘겼지만 막판 협상에 속도를 내며 국회선진화법 실시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은 피하게 됐다. 양당은 이번 합의를 통해 정부가 제출한 656조 9000억 원 규모의 총예산안에서 4조 2000억 원을 삭감하되 핵심 쟁점이던 연구개발(R&D), 새만금 개발,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비롯해 총 4조 2000억 원을 증액하는 빅딜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야당이 증액을 요구한 R&D 예산은 6000억 원 늘리고 새만금 지원 관련 예산도 3000억 원 확대한다. ‘이재명표’ 사업으로 불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을 위한 예산도 3000억 원 반영됐다. 국가채무와 국채 발행 규모는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증액과 관련해서는 개별 사업을 다 반영해 가급적 (감액된) 4조 2000억 원 가까이 늘릴 텐데 그만큼 증액이 안 될 경우 일부 (예산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의된 예산안은 다음 날인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앞서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게 되면서 20일을 최종 처리 시한으로 설정한 바 있다. 하지만 계속된 협상에도 주요 쟁점에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결국 당일까지 협의가 진행됐고 ‘시트 작업’으로 불리는 기획재정부의 예산명세서 작성 시간도 소요돼 다음 날 본회의를 한번 더 열기로 한 것이다. 다만 국회선진화법 실시 이후 최장 지각 처리였던 기록(12월 24일)을 넘어서지 않으며, 정부가 준예산을 임시 편성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