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기업은 중국 DJI다. DJI의 전 세계 드론 점유율은 약 60%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의 ‘드론굴기’에 맞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형 드론 양산 체계를 구축한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주인공은 스타트업 에이럭스.
이다인 에이럭스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국내에 공장을 직접 갖춰 1만대 이상의 소형 드론을 생산하는 곳은 에이럭스가 유일하다”며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점차 높여가고 있으며, 국내외 드론 공급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럭스가 생산한 드론 제품들은 국내 교육 현장에 주로 투입된다. 학생들이 쉽게 코딩을 익힐 수 있도록 드론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드론에 동작을 코딩하고 운전하는 방식으로 코딩을 배운다. 현재까지 에이럭스의 드론과 코딩 교육 서비스를 경험한 학교는 전국에 2500곳이 넘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에이럭스 드론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데다 2025년부터는 코딩교육이 초등학교까지 의무화된다”며 “드론이나 로봇이 있으면 학생이 코딩이 구현되는 방식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소형 드론 생산량을 올해 5만대 이상에서 내년 10만대로 2배 가량 늘릴 계획이다. 연구소와 공장이 인천에 있기 때문에 드론 개발과 제조는 물론 유통·애프터서비스(A/S)·전문강사 육성까지 국내에서 모두 가능하다. 이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들은 드론 생산을 중국 기업에 외주로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에이럭스는 국내에 드론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면서 “생산량 확대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여 공교육 현장에서 DJI를 점차 대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에이럭스는 국내 생산 체계를 갖춘 덕에 교육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시제품 피드백, 상용화 가능성 데이터 분석,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신규 교육 디바이스 개발·생산·제품화 전 과정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페어링이나 호버링 등 새로운 기능과 특허를 꾸준히 내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기존 드론 모델의 강점을 집약해 정교한 코딩 비행이 가능한 새로운 드론형 모델 ‘코딩라이더’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학교 현장을 넘어 경기·대전 등 주요 지자체가 주최하는 드론 대회를 진행하는 등 드론 콘텐츠 사업에도 진출했다”고 전했다.
에이럭스는 드론 외에도 로봇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에이럭스의 차별화된 경쟁력 중 하나다. 실제 코딩교육 로봇 ‘비누(VINU)’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의 로보틱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와 터치입력 기능을 탑재해 컴퓨터, 스마트폰 등 별도의 전자기기 연결이나 외부 프로그램 설치 없이 자체적인 블록 코딩이 가능하다. 디지털 소외 계층의 코딩 교육 접근성을 대폭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중국 첨단 산업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면서 한국산 드론이 DJI의 대안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로봇의 경우 미국 아마존을 통해 3만 대 이상 팔렸다. 이 대표는 “최근 미 공군에 소형 드론을 수출할 예정”이라며 “미국 현지에서 반중 감정이 거세지다 보니 가격과 품질이 양호한 한국산 드론이 중국산을 대체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코딩 교육을 진행한 노하우를 앞세워 미국으로 교육용 드론 수출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해외 수출 시 현지 특성을 고려한 부품 교체 등의 요청 사항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현재 에이럭스는 동남아에서 로봇 코딩 교육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교육기업 ‘지니어스테크’와 총판 계약을 맺고 동남아시아 로봇 코딩 교육 시장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해왔다. 올해 8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로봇 코딩 대회를 열었으며 참가 학생 수가 5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대회에서 학생들은 에이럭스 로봇, 코딩 교구를 활용해 다양한 경기에 도전했다. 이 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개별 국가로 진입하기 보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 거점을 마련해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치헌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이다인 대표는 2015년 에이럭스를 공동 창업하기 전 삼성전자, LG CNS, 삼성물산 등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맡으며 사업 감각을 쌓아왔다. 사명(ALUX)을 지을 때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등 남다른 글로벌 감각을 갖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 우리 회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가장 앞에 있는 알파벳인 A가 들어간 사명을 채택했다”면서 “빛의 조명도 단위인 럭스는 경계 없이 사방으로 펼쳐져 나가겠다는 회사 목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에이럭스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500억 원이다. 올 상반기에만 매출 261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약 40% 이상, 영업이익은 5배 이상 성장했다. 이 대표는 내년 매출 목표로 700억 원을 제시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보기 드문 영업이익 100억 원 돌파도 내년에 실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이럭스는 현재까지 165억 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넷마블, 우신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