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삼성·SK그룹·현대차그룹·LG그룹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과 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 동안 한경협 재건 작업에 힘을 쏟은 류 회장은 내년 2월 정기 총회를 앞두고 회장단을 새롭게 꾸릴 예정이다. 새로운 회장단 리스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4대 기업 수장들도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 업계가 집중하고 있다.
20일 한경협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류 회장은 선임 이후 4대 그룹 총수와의 소통에 관한 질문에 “4대 그룹이 들어와서 한경협이 살아났고 이 일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해외에 나가면 4대 그룹 총수들과 자주 만나고 개별적으로도 만나 서로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면서 “총수들의 선친들이 전경련 시절 회장·부회장직을 맡았기 때문에 그들도 관심과 애착, 책임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꼭 꼴찌에서 1등이 된 것 같은, 엘레베이터 지하에서 꼭대기로 올라간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8월 새로운 수장으로 공식 취임한 류 회장은 55년 만에 협회 이름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삼성은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일부 계열사가 복귀했고 SK·현대차·LG그룹 등도 6년 만에 돌아왔다.
류 회장은 이달 말 한경협 회장 취임 100일을 맞는다. 류 회장은 “100일을 마치 1000일처럼 바쁘게 보냈다”며 “단체를 정상화시키는 게 꼭 워크아웃 들어간 기업을 회생시키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내 일의 80%는 한경협이 차지하고 있다”며 “원래는 월·수·금 한경협에 출근하고 화·목은 풍산에 갈 계획이었지만 거의 매일 (한경협 회관이 있는) 여의도에 오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업계에서는 류 회장의 다음 행보는 4대 그룹 총수들의 회장단 복귀를 모색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장단에는 10개 회사가 참여했으나 4대 그룹은 합류하지 않았다. 류 회장은 한경협 위상 회복을 위해 네트워크를 최대한 가동해 향후 이들에게 협회의 중추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류 회장은 한경협 조직 개편도 주도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인 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선임했다.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한 한국경제연구원의 새로운 수장에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외협력부원장을 내정하고 연구총괄대표(CRO)도 맡겼다. CRO 산하에는 미래 전략 태스크포스(TF)와 경제교육팀을 신설한다. 또한 글로벌 경제 현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리스크팀과 글로벌 프로젝트 TF를 설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