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몰린 대구은행, 연내 시중銀 전환 '물거품'

금융위 올 마지막 회의 상정 불발
당국 "이르면 내년 초 논의할듯"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7월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DGB대구은행 본점. 사진 제공=DGB대구은행

“연내 시중은행 전환에 나서겠다”던 DGB대구은행의 계획이 무산됐다. 다음 주 있을 올해 마지막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도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다. 무단 계좌 개설 사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이 부담 요소로 작용한 모습이다. 금융 당국은 이르면 내년 초에나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27일로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절차·방식을 둘러싼 유권해석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사례가 없는 만큼 금융위에서 유권해석이 이뤄져야 인가 신청서 접수 등 본격적인 전환 작업에 나설 수 있다. 결국 대구은행이 자신했던 ‘연내 전환’은커녕 첫발을 떼는 것조차 어려워진 셈이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7월 초 “2~3개월 내 시중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11월 말 가진 2023년도 하반기 경제 동향 보고회에서도 “12월 안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고했던 일정보다 늦어진 것은 대구은행을 둘러싼 각종 리스크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이 7월 초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한 달 뒤인 8월 초 무단 계좌 개설 혐의로 대구은행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 대구은행은 ‘증권 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시행한 2021년 8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1552명의 고객에 대해 1662건의 증권 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루된 영업점과 직원만 56곳, 114명에 달해 금감원은 대구은행의 업무 절차, 전산 통제, 사후 점검 기준 등 내부통제 전반이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및 사법 리스크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대구은행 지주사인 DGB금융그룹의 김태오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끝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검찰은 13일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82억 원을 구형하기도 했다. 검찰은 앞서 대구은행이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거액을 건네려 했다며 김 회장을 기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1심 선고가 내년 1월 10일로 예정된 만큼 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바라보는 금융 당국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1월은 돼야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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