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거래를 승인하기 전 국가 안보와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정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인수합병(M&A)에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21일(현지 시간)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 거래는 범정부 외국인투자위원회가 면밀히 조사해야 하는 종류의 거래”라며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필요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이 언급한 조사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의다. CFIUS는 외국인의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US스틸과 일본제철은 이날 CFIUS에 심의를 요청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철강 산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를 지키는 병참기지 역할을 했으며 여전히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며 “가까운 동맹국의 기업일지라도 외국 기업이 이런 상징적인 미국 기업을 인수할 때 국가 안보와 공급망 신뢰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이날 “미국 철강 산업과 노동자, 미국 내 생산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정밀 조사를 받는 쪽이 공정한 처사”라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총 141억 달러에 US스틸을 인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국철강노조(USW)와 US스틸의 공장이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민주당 상원의원 존 페터먼을 비롯한 의회 일각에서 일본제철의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료회의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인수 건을 경제안보 관점에서 심사할 의향을 보인 데 대해 “일본제철이 절차에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개별 기업의 안건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삼가겠다면서 “미일 동맹은 전례 없이 공고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 제조업을 상징하는 명문 기업 인수에 대해 미 의회 여야 의원들과 USW도 반발하고 있어 인수 절차가 난항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