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세 번째 검찰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앞서 ‘셀프 출석’까지 하며 조사에 적극성을 보였던 송 전 대표의 태도가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관련 재판 과정에서 핵심 관련자들이 유죄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구속 수감 중인 송 전 대표의 불응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송 전 대표가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것은 지난 20일 구속된 뒤 세 번째다. 송 전 대표 측 법률 대리인은 “심신이 안정이 필요하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이 여전하다”며 “목감기가 심해져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 측은 첫 조사 불응 때에도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다. 나는 어느 곳에 있던지 검찰에 굴복하지 않고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송 전 대표의 구속심사 당시 재판부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혐의를 일부 인정한 만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심사한 판사는 유창훈 영장전담판사로,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실제 송 전 대표의 측근인 윤관석 의원은 관련 재판에서 당시 돈봉투를 수수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도 “이성만 의원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송 전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정치 보복 수사’, ‘검찰 하나회’ 등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수사를 지연시키는 모양새다.
구속된 피의자가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검찰은 피의자를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일단) 계속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며 "강제 구인이 구속 기간 내에는 가능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 사실은 정치적인 발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공당의 전 대표로서의 도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이정근 전 부총장, 박용수 전 보좌관과 공모해 2021년 4월 27~28일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게 국회의원 교부용 돈 봉투 20개(총 6000만 원)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강 전 감사, 이 전 부총장과 공모해 같은 해 3월31일과 4월11일 2회에 걸쳐 지역본부장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총 650만 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있다. 아울러 2020년 1월부터 2년간 외곽조직으로 지목된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중 4000만원은 민원 청탁 명목 뇌물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