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의 초점이 ‘실제 누가 금품을 수수했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돈이 모아져 뿌려지는 과정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검찰이 수수 여부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의원들이 돈봉투를 받았는지 입증하기까지 여전히 ‘넘을 산이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품 수수 의혹의 경우 현금이 오가는 사례가 많아 흔적이 남지 않았다. 그만큼 금품수수 현장의 폐쇄회로(CC)TV와 같은 직접적인 필요하다. 반대의 경우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지해야 한다. 돈봉투가 뿌려지는 과정에 연루된 핵심 피의자들의 ‘입’에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금품 수수 의심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검찰은 일부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출석 조사를 위해 협의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인적·물적 증거를 통해 수수 정황이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 수수 의원을 상대로 경위와 실체 규명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문제는 실제 의원들이 돈봉투를 받았는지 규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가 같은 해 4월 28~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뿌린 돈봉투가 20개(총 6000만 원)라고 보고 있다. 또 이를 민주당 의원 20명이 1개씩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거론된 금품 수수 의원은 단 3명 뿐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에는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 3명이 등장한다. 이 전 부총장도 앞선 재판에서 녹취록 내용을 설명하면서 3명 의원이 언급된 게 맞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게다가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의 경우 살포 등 과정이 은밀하게 이뤄져 혐의 입증이 정황·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윤관석(구속) 무소속 의원은 물론 박용수 전 보좌관 등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들은 본인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살포 과정 등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구속 이후 사흘째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계속 소환 조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사 거부, 모호한 태도 등까지 실제 수수 과정을 입증하는 데 걸림돌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법조계 안팎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 꾸준히 시도하는 동시에 거론된 3명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에 검찰이 우선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강 전 위원과 박 전 보좌관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해 검찰이 재차 조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그동안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수사에 나섰으나 이는 이들이 돈봉투를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정황 증거에 불과하다”며 “실제 의원들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증언은 물론 직접적인 증거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올 6월부터 국회사무처, 송 전 대표의 일정을 관리한 보좌진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수 의심 의원들의 동선을 확인해왔다. 또 윤 무소속 의원 등의 재판 과정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회의체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것으로 보이는 의원 21명의 실명 정도만 공개된 바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에게 다소 심경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전반적인 수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정적인 증언이나 증거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금품 수수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폭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