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막말에도…"친명 후보 살려라" 도 넘은 野 팬덤

각종 논란 "선처" 청원 잇따라
"李, 친명 보호 않는다" 비난도
비례들은 비명 지역구 출사표
"분란 야기" 당내 지적 이어져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회동을 위해 서울 중구 한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계를 자처한 일부 더불어민주당 원외 인사들이 보복 운전, 막말 등으로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페널티를 받자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들을 구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심지어는 이재명 당 대표가 징계 받은 당사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글까지 이 대표 팬카페에 올라와 강성 지지층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사게 됐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당원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는 보복 운전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아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경 전 부대변인에 대한 선처가 필요하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전 부대변인은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더혁신) 소속이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외모 비하’ 발언으로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더혁신 소속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경우 지도부의 ‘출마 주의 조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탄원서가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올라왔다. 김 위원장은 최근 현직 도당위원장 신분으로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준비했었다. 김 위원장은 본인의 행보를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 ‘머리통을 날려버리겠다’는 글을 올려 폭언 논란까지 일으켰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원내 1당 수성을 노리는 상황에 과도한 ‘팬덤 정치’가 오히려 당의 확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적 공감대는커녕 중도층 이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향해서도 ‘친명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며 비난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공천 작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잇단 잡음이 계속되자 원로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나란히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전날(24일) 가진 조찬 회동에서 최근 당내 공천 잡음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두 사람은 걱정했던 공천 갈등이 현실화된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당의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친명 비례대표 의원들이 연이어 비명계 현역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자객 출마’ 논란까지 커질 분위기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의원은 최근 당 대변인 강선우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의원이 정청래 최고위원의 지역구이자 동교동 ‘DJ 사저’가 있는 마포을 대신 특별한 연고가 없는 강서갑을 선택한 것을 두고 당내 분란만 야기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밖에 양이원영 의원도 비명계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상적으로 비례대표 출신들은 험지 등에 자진 출마하면서 본인의 체급을 스스로 키웠는데 이번에는 유독 양지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은 모습”이라며 “친명을 내세워서 공천은 받을지 몰라도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민심을 아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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