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잇단 도발 징후…국제 공조로 핵·미사일 ‘돈줄’ 전면 차단해야

요즘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잇달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가 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이 핵으로 도발해올 때에는 주저 없이 핵 공격을 불사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이 영변 실험용 경수로를 완공해 시운전에 돌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0월 중순 이후 경수로 냉각 시스템에서 온수 배출이 관측됐다”면서 경수로가 ‘위험 상태’에 도달한 징후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발전 용량 25~30㎿로 추정되는 경수로가 본격 가동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4월 우리나라 총선을 겨냥해 북한이 핵실험을 포함한 대형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달 27일 전후부터 열리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각한 경제난 와중에도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그럴 만한 개발 자금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가상자산을 무기 개발의 핵심 자금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마약·위조화폐 유통 등 기존 외화벌이 수단 대신 손쉬운 사이버 절도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에서 빼돌린 가상자산으로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비용의 절반을 충당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미국의 한 분석 업체는 북한이 탈취한 가상자산이 올해에만 17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에 달한다고 봤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북한 주민들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폭주를 멈춰 세우려면 불법 해킹 활동 등 돈줄을 전면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처가 시급하다.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미국·일본과 긴밀한 공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해온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 사이버 감시·제재망을 구축하고 북한의 사이버 절도를 막아낼 수 있다. 국내 사이버 안보 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한 ‘사이버 안보 기본법’ 제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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