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정상화펀드 대주단 버티기…출범 후 6개월간 사실상 '0건'

◆ 유명무실 '캠코 PF펀드'
대주단, 손해 보지 않으려 '몽니'
반년 지났지만 1건 매입에 그쳐
이마저도 민간운용사 자체 발굴
캠코 플랫폼 통한 낙찰은 전무

연합뉴스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조성한 ‘PF 정상화 지원 펀드(1조 원 규모)’의 올해 성과가 단 1건, 1000억 원가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저도 민간 자산운용사가 자체 발굴한 건으로 정부 측 플랫폼을 통한 성과는 전무했다. 금융권에서는 부실 PF 사업장의 대주단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2일 서울 및 부산 해운대구 소재 PF 사업장 2곳에 대한 매입 입찰을 마감했으나 우선협상 대상자를 정하지 못했다. 정상화 펀드 조성에 참여한 5개 자산운용사(이지스·신한·캡스톤·코람코·KB)가 모두 가격을 써내 이르면 입찰 마감 당일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됐지만 결과 발표는 내년 초로 밀렸다. 매입·매각 측이 가격에서 합의점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사업장을 매각하려는 대주단 측과 매입하려는 운용사 측이 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캠코는 80여 개의 부실(우려) PF 사업장 리스트를 선정해 ‘캠코 플랫폼’을 만들고 재구조화 가능성이 높은 건부터 매입 입찰을 진행해왔는데 앞서 진행한 입찰 6건은 모두 유찰됐다.


정상화 펀드는 당초 정부 목표였던 1조 원을 초과해 1조 1050억 원이 모였지만 조성한 지 반년이 다 되도록 자금 집행처를 매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올 9월 말 펀드 자금 집행 계약을 체결한 사업장이 한 곳(삼부빌딩·서울 중구 소재) 있지만 이는 캠코 플랫폼이 아닌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사업장을 발굴한 사례다.


정상화 펀드 집행에 속도가 좀처럼 붙지 않다 보니 운용사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캠코 플랫폼을 통해 1차 입찰을 했을 당시 본PF 사업장 총사업비의 80%까지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며 “대주단은 부실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100%에 가까운 금액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대주단 협약을 통한 만기 연장 등이 계속 묵인되다 보니 절대 손해를 보지 않은 채 버티려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용사에서는 캠코 플랫폼에 올라간 80여 개 사업장을 두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쓰레기’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나왔다.


반대로 대주단 측은 운용사들이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후순위 채권자들은 ‘전액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한자산운용은 삼부빌딩 사업장을 총 브리지론(1470억 원)의 약 70% 수준인 1022억 원에 낙찰받았는데, 이 경우 선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는 투자 원금을 비롯해 연체이자 등까지 모두 상환받을 수 있지만 2순위 채권자는 원금 손실, 3순위 채권자는 전액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글로벌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대주단이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요인으로 반영됐다.


한편 금융 당국에서는 ‘병목 상태’에 놓인 부실 사업장 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번에 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나섰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나중에 물량이 쏟아지면 그때는 지금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도 안 팔리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대주단에 미리 팔라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면이 있다”며 “부실 사업장의 질서 있는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부실 PF 사업장 정리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은 아파트도 상승·하락 전망이 다를 경우 거래가 잘 안 되는 것처럼 서로가 가진 전망에 의견 차이가 커 발생한 듯하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협조만 잘 해준다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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