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논의 지지부진…보건의료노조, 의협에 “반대 근거 달라” 공개질의

27일 ‘23차 의료현안협의체’ 앞두고 5가지 질의
29일까지 의대 확대 규모 등 성실 답변 촉구

이달 17일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의사 집단 진료거부 관련 여론 조사 및 인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인력난 해소 등을 위한 해결책을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가 22번에 걸친 만남을 갖고도 진척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의사단체를 향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근거를 달라"며 공개 질의에 나섰다.


26일 보건의료노조는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해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질의서에서 "전공의 모집정원이 3500명인데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묶여 있으며 대리처방·수술·시술 등 불법의료가 만연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의협이 의사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의사 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임을 꼬집은 것이다. 노조는 "의사들이 부족해 근무 여건이 나빠지고 이 때문에 전문의 자격증을 포기한 일반의가 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게 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이 필수의료 과목 공백 해소가 우선이라면서도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데 대해서도 답변이 필요하다고 봤다.


노조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의협이 합의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는 의협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느냐"며 "1000명 이상의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국책기관과 전문 연구자들의 통계와 연구 결과를 모조리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이다.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필수 및 지역·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방치할 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극심한 피해와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5가지 공개 질의에 대해 이달 29일까지 답변해 달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오는 27일 열리는 제23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갖는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사인력 확충 정책 추진 방향 및 필수·지역의료 패키지정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의대 증원을 비롯한 필수·지역의료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는 의협과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의협과의 기존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이달 22일 기자들과 만나 "의사들과 합의할 이유는 없지만 모든 정책은 당사자들의 수용성이 있을 때 현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최대한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박 차관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정하며 "정부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강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