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이사 등재 대기업, 4년 만에 늘었다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발표
지난해 14.5%서 올 16.6% 반등
셀트리온 39%로 비율 가장 높아
기업 '책임경영' 기조 확산 기대
KT&G '집중투표제' 최초 실시
소수주주권 행사 증가 눈에띄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16.6%로 조사됐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서며 기업의 ‘책임 경영’ 기조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KT&G가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처음으로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는 등 소액(소수)주주가 권리를 적극 행사할 통로도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올해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총 433곳으로 전체의 16.6%를 차지했다. 2019년 17.8%였던 총수 일가 등재 회사의 비율이 지난해 14.5%까지 떨어졌다가 5년 만에 증가 전환한 것이다.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 일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과 반도홀딩스(39.0%)였으며 KCC(35.4%)와 KG(34.7%)가 그 뒤를 이었다. 비교적 최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기업을 중심으로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가 많은 양상을 띠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사로 등재됐을 경우 상법상 손해배상청구 등 여러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며 “책임 경영 측면에서 보면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높아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는 여전히 136곳(5.2%)에 달해 책임 경영 기조가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등록된 회사 중 57.5%(104개)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갖고 있거나 해당 회사가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를 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경우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어서 거기에 대한 권한 또는 배당을 받거나 권한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해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며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작동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KT&G가 처음으로 집중투표제를 실시한 것으로 조사된 것도 눈에 띈다. 3월 사외이사 두 명을 선임하면서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복수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에게 1주당 후보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단순 투표 방식과 달리 한 명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집중해 자신이 추천한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KT&G의 경우 소수주주 측에서 추천했던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지 않아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성공한 집중투표제였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공정위 분석 이후 최초로 집중투표제가 실시된 사례가 나타났고, 소수주주권이 실시되는 비율도 늘어나 소수주주권 행사가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실제 서면 및 전자투표로 권리를 행사하는 소액주주는 증가했다. 서면투표제를 실시한 기업 비율은 6.5%로 지난해보다 0.9%포인트 늘었다. 소액주주가 서면투표제로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 비율은 2.4%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전자투표제를 통해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 비율(1.0%) 역시 전년 대비 0.1%포인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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