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엔 사람 없고, 돌봄 구인은 133% 폭증…노동 수급 불균형 심화

■한은 '지역 노동시장 평가' 보고서
60대이상 고령자만 현장직 취업 늘어
광주 뺀 全지역서 '수급 경색도' 확대
"단순직 자동화·임금개선 노력 필요
돌봄서비스는 외국인력 적극 활용을"


국내 한 조선소에서 한 노동자가 용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하려는 사람보다 일자리가 더 많은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고위험·고강도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제조 현장직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로 돌봄 서비스를 할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제조업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돌봄 서비스에서 외국인 인력을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중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수급 상황의 양적 측면을 보여주는 경색(tightness) 정도가 16개 지역(세종 제외) 가운데 광주를 뺀 15개 지역에서 상승했다. 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노동시장의 질적 측면을 나타내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12개 지역에서 확대됐다. 노동 공급의 실제 분포가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상태와 괴리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역 간 거리가 멀지 않은데도 노동시장 수급 상황이 지역에 따라 크게 달랐다. 서울·대전·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경색 정도가 낮아 구인이 구직에 비해 크게 부족한 반면 전남·충남·충북 등에서는 노동 초과 수요가 적지 않아 인력 수급이 빡빡한 상태다. 특히 팬데믹 전후로 충남·경남 지역에서 노동시장 경색 정도가 크게 확대되는 등 지역 간 차별화 현상이 관찰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첫 번째 요인으로 제조 현장직 기피 현상을 꼽았다. 팬데믹 이후 전체 구직이 14.7% 늘어난 반면 제조 현장직은 2.1% 감소했다. 플라스틱 제조 등 화학이나 판금·용접·도장 등 금속, 제조 단순직 등에서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뿐만 아니라 40대도 꺼리면서 구직자가 줄어든 영향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60대 이상 고령층만 제조 현장직 취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요인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돌봄 서비스에서 구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 돌봄 서비스 구인은 2019년 3분기 대비 133.9% 급증했다. 전체 구인 증가율(33.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 전체 구인에서 돌봄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월 5.7%에서 2023년 9월 11.3%로 두 배로 늘었다. 돌봄 서비스 구인 증가율과 60세 이상 비중 변화 간 상관계수가 높은 만큼 고령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한은 지역본부가 지난달 전국 제조 업체 57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지역 노동시장 불균형이 심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상당수 업체가 2019년보다 채용 정원을 확대한 가운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 응답 비중은 2019년 12.0%에서 2023년 15.3%로 증가했다. 생산·현장·특수기능직(직종), 중소기업(규모), 조선업 등 제조업과 숙박·음식업 등 일부 서비스업(업종), 비수도권(권역) 등에서 불균형이 크게 나타났다.


지역 노동시장 상황이 직종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의 영향을 받는 만큼 인력 수급 정책을 지역보다는 직종에 초점을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제조 현장직 중에서도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직종은 핵심 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자구적 노력도 필요하다. 제조 현장직은 근무 환경이 다른 직종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임금 등을 꾸준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상윤 한은 제주본부 과장은 “제조업 중 숙련도가 높지 않고 반복 업무 성격이 강한 제조 단순직은 자동화를 정책적으로 장려·추진해 인력 부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돌봄 서비스도 고령화 추세에 비춰볼 때 인력 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국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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