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가발주 탓에 '행정망 먹통' 되풀이…통합발주로 사업 완성도 높인다

■디플정위, 공공SW 구축 '전면 손질'
구축 단계부터 외부 전문가 참여
개발센터 건립해 우수인재 확보
빅데이터 등 신기술 활용도 높여
재발방지 넘어 全영역 개선책 담아
민간사업자 수익성 확보는 과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디플정위)의 공공 소프트웨어(SW) 혁신 방안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행정망 서비스를 디지털플랫폼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 관행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최근 정부24 먹통 사태 이후 구성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포함해 그간 공공 SW와 관련한 논의들이 주로 시스템 장애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와 사업 대가 현실화 등에 초점을 맞춰온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장애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에 더해 디지털플랫폼 정부 시대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공공 SW 개발 방식 전환, 신기술 적용 확대, 품질 관리 및 계약 방식 변화 등 다각적인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우선 민간기업이 공공 SW 시장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강화된다.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은 높아지는 데 반해 책정되는 사업비가 적고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찮아 민간기업들은 공공 SW 참여를 꺼리는 상황이다. 한국SW산업연합회와 조달청에 따르면 2019년 31.4%였던 공공SW 사업 유찰률은 2021년 47.7%로 크게 상승했다. 공공 사업 수주액이 높은 상위 20개 기업의 공공 사업 영업이익률은 2021년 기준 -0.4%로 집계됐다.


디플정위 정보화사업혁신 TF는 공공 SW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BTO는 민간사업자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일정 기간 관리·운영하면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주로 건설 분야에서 활용된다.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는 공공 SW 구축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게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민간이 보유한 신기술을 정부 행정망에 접목하는 데도 유리하다. 다만 공적 성격이 강한 정부 행정망을 아웃소싱 방식으로 민간사업자에 맡기는 것에 대한 반발과 함께 수익성 확보 방안 마련 등은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정부24와 지방행정시스템 새올 장애 등으로 분할 발주가 문제 원인 파악의 장애물로 지적된 만큼 발주 통합성을 높이는 방향도 추진된다. 설계·구축 사업을 통합 발주해 사업의 통일성을 높인다. TF가 도입하려는 애자일 방식은 먼저 신속하게 서비스를 만든 뒤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시스템 구축 기획에 다시 반영하는 형태다. 기획과 개발 단계를 오가며 완성도를 높이고 새 기술을 반영하는 데도 유리하지만 현행 분할 발주 방식에서는 구현되기 어렵다. TF는 또 법령 개정에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기존 조달 방식의 한계를 우회하는 한편 새로운 발주 방식을 빠르게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공공 SW 구축에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범정부 공용 개발 센터를 건립해 원격지 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SW 기업들이 대부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포해 지방 사업의 경우 우수 인력을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SW 사업자 실적 신청 시스템에 따르면 원격지 개발 실시율은 22.3%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발주처 인근에서 진행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원격지 개발을 통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TF는 공공 SW 사업별로 추진단을 구성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기술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해 공공 SW 구축 단계부터 전문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공공 SW 구축 사업은 기간이 길다 보니 담당 인력 교체가 잦아 연속성이 떨어지고 효율성도 낮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추진단이 개별 사업을 관리하고 후방에서는 새로 설립할 기술검증센터가 지원에 나선다. 기술검증센터는 기획 단계부터 개통 직전까지 위험·품질 관리를 지원하고 당초 기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는지 검증한다. 혁신안에는 공공 SW의 품질을 관리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담 센터·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포함됐다.


높아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AI,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빅데이터 플랫폼 등 상용 SW도 도입한다. 공공 부문은 이미 민간에서 검증된 상용 SW가 있음에도 기존 구축 방식을 고수해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고 개발 과정의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으로는 검증된 서비스를 통해 신기술 활용도도 대폭 높인다는 방침이다.


디플정위는 발주 기관 및 업계·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디플정위 사업 중 새로운 방안을 적용하기 쉬운 일부 사업을 선정해 시범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권현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24 사태 이후 설치된 범정부TF의 논의 내용과 일부 겹치는 내용도 있어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다소 지체됐지만 조만간 업계·기관·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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