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금리인상 직격탄…올해 6만 2000명 짐쌌다

소형 은행 합치면 규모 늘어
금융위기 이후로 최대 수준
월가서만 3만 명 해고 러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근에 월가 표지판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올해 6만 2000명에 가까운 직원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익이 급감하자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대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 시간) 세계 상위 은행 20곳의 공시와 자체 보고서를 분석해 이들 은행이 올해 최소 6만 1905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소형 은행들과 소규모 감축이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은행의 감원 수치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FT는 “분석 대상 20개 은행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14만 개의 일자리를 줄였다”며 “올해 감원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5년과 2019년에도 ‘해고 러시’가 있었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당시에는 초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은행들을 주축으로 인력 감축이 단행됐다. 반면 올해는 미국과 유럽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 간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가 쪼그라든 것이 감원으로 이어졌다. IB 부문이 타격을 입자 은행들이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인력을 먼저 줄이고 나섰다는 설명이다. FT는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인재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실시했던 신규 채용을 상당 부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은행별로 보면 스위스 UBS의 감원 규모(1만 3000명)가 가장 컸다. 파산 위기에 놓인 경쟁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3월 인수하고 두 은행을 합치는 과정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다.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을 감축한 은행은 미국의 웰스파고로 1~9월에만 1만 2000여 명이 퇴사했다. 씨티그룹(약 5000명), 모건스탠리(약 4800명), 뱅크오브아메리카(약 4000명), 골드만삭스(약 3200명) 등에서도 많은 인력이 짐을 쌌다. 이 밖에 JP모건체이스가 1000여 명을 감원한 것까지 합치면 미국 월가에서만 최소 3만 명이 해고됐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감원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헤드헌팅 업체 실버마인파트너스의 리 태거 대표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안정성이나 투자·성장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더 많은 감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웰스파고는 최근 퇴직금 비용으로 10억 달러를 마련했다고 밝히며 추가 정리해고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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