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훈풍을 타고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배터리 3사의 누적 수주 잔액만 1000조 원에 이른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축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된 것은 중국 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누적 매출 25조 7441억 원, 영업이익 1조 825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삼성SDI 역시 같은 기간 매출 17조 1435억 원, 영업이익 11조 195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하며 2년 연속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SK온은 같은 기간 56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1조 726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것에 비하면 3배가량 줄었다.
더 긍정적인 점은 배터리 3사의 수주 잔액이다. LG엔솔의 6월 말 수주 잔액은 440조 원 수준이었지만 10월 초 일본 도요타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500조 원까지 늘었다.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290조 원, 260조 원 안팎의 수주 잔액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배터리 3사의 누적 수주 잔액이 이미 1000조 원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IRA의 AMPC도 국내 배터리사들의 수익성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AMPC는 배터리와 같은 첨단 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 미국 안에서 판매하는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배터리 셀은 킬로와트시(㎾h)당 5달러, 모듈은 ㎾h당 1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보조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 배터리사들이 북미 지역에 가동·건설 중인 생산 공장은 17곳에 달한다.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선 LG엔솔과 SK온은 올해 3분기까지 각각 4267억 원, 3769억 원의 AMPC를 영업이익에 반영하며 수익성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올 한 해 AMPC로 받는 헤택이 1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미국이 최근 발표한 FEOC 세부 지침에서 합작법인의 경우 중국 지분을 25% 이하로 낮추도록 한 것은 부담 요인이다. 또 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려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삼은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세에 대응하는 것도 배터리 업계가 맞닥뜨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