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신임 비서실장에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선임했다. 신임 정책실장에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약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동시에 대통령실 ‘3실장’을 모두 바꿈으로써 ‘2기 대통령실’ 인선을 마무리했다 .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인선안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인수위 때부터 비서실장을 한 지 20개월이 넘어간다”며 “대통령 임기의 3분의 1 정도 되기에 소임은 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후임인 이 실장에 대해 “풍부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역량은 물론 정무 감각도 갖춘 분”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누구보다 잘 보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신임 실장은 대통령실 초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냈고 지난달 30일 신설된 정책실장직에 승진 기용됐다. 이 실장은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선임된 3실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후임 외교부 1차관으로는 김홍균 주독일 대사가 내정됐다.
당 쇄신 타이밍 맞춰…용산도 '참모 톱3' 20개월 만에 동시교체
대통령실 비서진 '2기 개편' 일단락
한동훈 비대위 체제 힘싣기 분석
총선정국 맞아 정책 전문가 중용
이관섭, 첫 '산업부 출신' 비서실장
성태윤, 현실적 재정정책 적극 제언
장호진, 한미·북·러 관계 등에 정통
윤석열 대통령이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등 참모진 ‘톱3’를 동시에 교체한 것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맞춘 ‘당정 동시 인적 쇄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책 중심의 관료와 전문가를 중용해 내년 총선 정국이 시작되는 집권 3년 차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정책’ 중심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윤 대통령은 28일 김대기 비서실장 후임에 이관섭 정책실장을 선임했다. 그동안 여권을 중심으로 김 실장에 대한 교체설은 꾸준히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서 답보하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등 굵직한 이벤트에서 윤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것이 배경이다. 최근 들어서는 김 실장의 가족과 기업이 연관된 풍문이 나돌며 특정 세력의 김 실장 흔들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실장을 신임한다는 의중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대통령실이 3실(비서실·정책실·안보실) 6수석(정무·시민사회·홍보·경제·사회·과학) 체제로 개편되는 과정에서도 김 실장은 유임했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상황에서 대통령실도 인적 쇄신으로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권에서 쇄신 노력을 많이 하고, 당이 크게 바뀌었고, 대통령실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관섭 신임 비서실장은 첫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이 실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7회로 상공부(산업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김영삼·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박근혜 정부 때 산업부 1차관을 지냈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재임 당시 공공기관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개 반대하다 3년 임기를 절반 넘게 남기고 물러난 바 있다. 이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냈다.
이 실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로 강력한 그립을 바탕으로 한 ‘정책 조율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정책이 혼선을 빚던 지난해 8월 국정기획수석으로 용산에 합류해 노동조합 회계 공시를 압박하며 전면에 선 바 있다. 주 69시간 근로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통합 정책 조정을 전담하며 ‘왕(王)수석’으로 불렸다. 당정대 회의를 주도하며 정책 중심의 제안을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실장은 정무적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다. 비상 상황 발생 시 소관 업무를 가리지 않고 ‘구원투수’로 투입돼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추진력을 인정받아왔다. 최근 잼버리 사태 당시에도 여러 기관을 직접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강조했을 때도 가장 먼저 종로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다. 윤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하는 등 박 전 대통령과 만난 것도 이 실장의 기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의 후임인 정책실장에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자유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거시경제 전문가로 윤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제자로도 알려져 있다.
성태윤 신임 실장은 1970년생으로 3실장 중 유일한 50대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거쳐 2007년부터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근무 중이다. 2015년에는 한국경제학회가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인 만 45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청람상을 수상했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경제 관련 부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자기 이름을 건 칼럼을 연재하는 등 현실 정책 제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 실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최대한 반영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정책을 조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임명됐다. 한미 동맹과 북핵, 러시아 관계까지 다뤄온 정통 외교관으로 전략적 마인드와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다. 1982년 외무고시(16회) 합격 후 동구과장, 주(駐)러시아 참사관 등으로 근무했고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 북미국 심의관에 이어 대미 외교 핵심 보직인 북미국장을 지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러시아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아 윤석열 정부 초대 주러시아 대사로 지난해 부임했다. 이후 올해 4월 외교안보 라인 연쇄 이동에 따라 주미 대사로 발령 난 조현동 전임 1차관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장 실장은 “냉전 종식 이후 30년 동안 이어져온 국제질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전환기적 시기에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 강화, 인태 전략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