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했던 '어싱로드'…"억지로 지리산 끌고 간 아들 발 다쳐 피가 나는데"

[노관규의 생태도시, 대한민국 흔들다 3]

순천만국가정원 어싱길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 제공=순천시

노관규 순천시장이 지난 2022년 7월 1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민을 향해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

지난 2022년 7월 1일 화합과 통합을 위해 12년 만에 취임식 단행한 노관규 순천시장. 그는 이날 ‘파킨슨병 아내·뇌출혈 아들’ 가족사를 꺼냈다. “겉으로 보기에 시장이라고 하면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시청을 벗어나면 똑같은 모습이다. 취임식을 통해 내 가족처럼 시정과 순천을 보살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노 시장의 진정성에 묵직한 울림이 다가왔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빛이 났고, 대한민국 지자체 중 최초로 시도한 ‘어싱로드’에는 이러한 그의 가족이라는 의미가 더욱 되새겨 진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29일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성공 비밀’에서 휠체어나 유모차 운행도 불편함이 없도록 박람회장 곳곳의 턱을 제거하고 길을 정비하는 등 누구에게나 열린 무장애 정원이 탄생한 배경으로 ‘아들, 그리고 가족’을 떠올렸다.


그는 “이 넓은 정원박람회장에 장애인은 얼마나 오고 싶을 것이며, 또 노인들은 보행기를 끌고 여기를 얼마나 오고 싶을 것인가, 이 모든 것들을 위해 우리가 13.5㎞에 모든 정원이 다 연결되게 하고 순천만까지 다 어싱로드를 만든 것”이라며 “근데 이것도 만약 우리 아들이 안 아팠으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내가 볼 때는 아마 힘들었을 것 같다”고 회고했다.


노 시장은 “아픈 아들을 제가 어떻게든 해보려고 대체의학에 관련된 많은 책을 읽다가, 지리산을 한겨울에 맨발로 걷기 싫어하는 아들을 데리고 갔다”며 “아들이 발을 다쳐 피가 흐르고 그러는데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이런 생각들이 하나둘씩 쌓여서, 시설을 하나 조성하더라도 건강한 사람, 건강하지 않은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까지 다 고려해서,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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