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출 중 25% 재융자 불가…獨 주택가격 10% 급락

■유럽 부동산, 고금리 후폭풍
자산 38조원 시그나, 자회사 잇단 파산
상업용부동산·주택시장 모두 침체 양상
佛집값 -1.8%, 2015년 이후 첫 감소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부동산 개발 업체 시그나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시그나그룹은 지난달 29일 지주회사인 시그나홀딩스가 파산 신청을 한 데 이어 최대 자회사인 시그나프라임셀렉션도 28일(현지 시간) 파산 신청을 냈다. EPA연합뉴스

유럽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로 상업용부동산(CRE), 주택 시장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 전반이 침체되면서 굴지의 부동산 개발사가 파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대형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의 최대 자회사인 시그나프라임셀렉션이 이날 빈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등에서 자회사 1000개를 거느린 시그나그룹은 총자산가치만도 270억 유로(약 38조 원)에 달하는 업체로, 지주사인 시그나홀딩스가 지난달 29일 파산 신청을 낸 바 있다. 이 가운데 시그나프라임셀렉션은 자산가치 193억 유로 상당의 부동산 총 54곳을 보유하고 있다. 29일에는 자산가치 46억 유로의 시그나디벨롭먼트도 파산을 신청한다.


시그나그룹의 파산은 유럽 CRE 시장의 어두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CBRE에 따르면 2019~2022년에 발생한 신규 부동산대출 6400억 유로 중 약 25%인 1760억 유로는 재융자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이 중 오피스 등 CRE 비중이 절반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자산가치 급락과 부실 대출 증가에 따라 대출을 억제한 영향이다.





주택 시장 상황 역시 암울하다. 유럽연합(EU) 경제 1위인 독일의 3분기 주택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0.2%나 폭락했다. 200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로, 3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찍었다. 프랑스 역시 3분기 주택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8% 하락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에 글로벌 회계법인 EY는 올해 유럽의 주택담보대출 시장 성장률이 1.5%에 그치며 지난해(4.9%)에 비해 3%포인트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유로존의 주택담보대출 시장 성장세는 2.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토마스 로테우슬러 도이체방크 분석가는 “내년은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힘든 해가 될 것”이라며 “최근 파산한 시그나와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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