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품 짝퉁’ 적발 올 20만건 돌파… 인스타·네이버가 90% 차지

2020년 12만6000건 →2023년 19만7000건
대형플랫폼이 가품 판매 90% 이상 차지
샤넬·루이비통이 가장 많이 위조돼
"플랫폼 자정능력 부족… 법적 제재 필요해"


해마다 온라인상에서 판매되는 위조 명품, 일명 ‘짝퉁’ 상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대형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의 경우 2020년 3만 2000여 건에서 2023년 10만 400여 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네이버 블로그 역시 같은 기간 1만 건에서 3만 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지식재산보호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재택모니터링단 위조상품 온라인 판매중지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위조 명품을 온라인상에서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는 19만 7464건에 달했다.


위조 명품 판매 적발 건수는 2020년 12만 6542건을 기록한 후 2021년 17만 1606건, 2022년 18만 113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등 각종 이벤트가 몰려 있는 12월이 집계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지난해보다 1만 5000건 이상 늘어나 한 해 전체로는 20만 건을 넘어섰을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전체 적발 건수 중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에서 가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2020년 3만 2304건을 기록하며 전체 12만 6542건 중 25.5%에 해당했지만 3년여 만에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적발 건수가 증가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카페와 네이버블로그·밴드·스마트스토어 등에서는 총 8만 2244건이 적발돼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위조된 브랜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샤넬이었다. 가품 샤넬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는 3만 7224건으로 2위인 루이비통(1만 9674건)에 비해 2만 건가량 많았다. 구찌(1만 5027건), 크리스찬디올(1만 2799건), 나이키(1만 35건) 등도 각각 1만 건 이상 적발됐다. 가장 많이 위조된 상품은 가방으로 올해 위조 가방 판매는 6만 8480건이 적발돼 지난해 6만 2511건 대비 9.5%가량 늘었다. 두 번째로 많이 위조된 상품인 의류 또한 지난해 대비 3.8% 증가한 5만 1893건 적발됐다.



위조 상품. 연합뉴스

최근까지도 가품 온라인 판매 적발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달 7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상표권 침해 행위 일제 단속 결과를 발표하고 온라인상에서 해외 구매 대행 방식으로 모조품을 판매한 업자 137명을 적발했다. 민생사법경찰단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물품은 총 7731점이며 이를 정품 추정가로 환산하면 61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대형 쇼핑 플랫폼이 등장한 이후로 위조 명품 온라인 판매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제재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총 60만 건 이상의 가품 판매 사례가 재택모니터링단에 적발됐지만 수사기관으로 연계된 사례는 8건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서는 단 한 건도 수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플랫폼들은 자체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위조 상품 차단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모니터링을 운영하면서 누적된 적발 데이터를 이용해 위조 가능성이 높은 상품들을 상당 부분 걸러내고 있다”며 “위조 상품은 구매자에게는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플랫폼에는 신뢰 하락을 유발하는 만큼 적발 시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운영하는 등 자체적으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플랫폼의 자정 작용만으로는 쏟아지는 가품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에 위조 상품 근절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이 의원은 특허청이 온라인상에서의 위조 상품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 간에 위조 상품에 대한 조치를 명확하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이버 등 쇼핑 플랫폼들이 자체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적발 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플랫폼의 자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차원에서도 내부 업무 지침을 마련해 적발한 업체들을 상대로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고 상표법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품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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