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업용 부동산 대출 20% 디폴트 위험

■美 상업용 부동산 경고음
오피스 대출 44%, 팔아도 대출 못갚아
의회 "상업용 대출 3871조원 달해" 경고
상업용 부동산 내년 20% 추가 하락 우려

고금리 장기화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뉴욕 마천루의 상징인 크라이슬러 빌딩(가운데)이 매물로 나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상업용부동산(CRE) 부실 문제는 내년에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 만기가 속속 도래하는 반면 사무실 수요는 여전히 약하기 때문이다.


28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은 서던캘리포니아대(USC)와 컬럼비아대 등의 연구진을 인용해 “오피스 대출의 약 44%가 ‘네거티브 에퀴티’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네거티브 에퀴티란 부동산 시장가치가 상환해야 하는 모기지 금액보다 낮아진 것으로, 부동산을 팔아도 관련 대출을 다 갚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연구진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약 10~20%의 CRE 대출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며 미 은행들이 잠재적으로 1600억 달러(약 206조 50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 의회 조사국도 ‘CRE 시장과 잠재적 거시경제 압박’ 보고서에서 미 은행권의 CRE 대출액이 3조 달러(약 3871조 5000억 원)에 달한다며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는 CRE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시중금리가 과거보다 크게 높아져 건물주들이 대출금 상환 및 신규 대출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ISI의 스티브 사크와 애널리스트는 “3~4%의 금리로 대출을 받은 건물주가 만기 때 이와 비슷한 금리로 새로운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혼종 업무 형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사무실 수요도 예전과 같지 않은 상태다.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되 1주일에 며칠은 출근하도록 하는 기업들이 올 1분기 51%에서 4분기 62%로 늘었다. 데이터 업체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사무실 공실률은 현재 13.6%로 사상 최고 수준이며 내년 말에는 15.7%, 2026년 말에는 17%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CRE 가격이 내년에는 2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미 CRE 가치가 2020년 초 최고점에서 결국 43%나 급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고점을 회복하는 데 20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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