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CHZZK)을 시범 운영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치지직은 내년 2월 한국 서비스를 접는 글로벌 인기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구독 서비스를 이어받으며 이용자 확보에 나선다. 네이버가 치지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편결제 및 커뮤니티, 커머스 등 네이버 플랫폼의 다른 서비스와의 시너지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진출 이유로 꼽힌다.
31일 정보기술(IT) 및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는 ‘치지직-트위치 구독기간 이어가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치지직 이용자가 구독기간 이어가기를 신청하면 트위치에서의 구독기간이 합산된다. 팔로우했던 스트리머 목록도 자동으로 추가된다. 스트리머는 트위치에서의 구독자 이모티콘, 배지를 치지직 스튜디오로 불러올 수 있다. 또 스트리머가 활동을 제한한 시청자 목록도 불러올 수 있다. 신청은 다음달 9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치지직은 네이버가 내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다. 최대 화질은 풀HD급인 1080p이며 게임 방송에 적합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커뮤니티, 후원 기능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주문형비디오(VOD) 다시 보기도 지원한다. 이달 19일 게임 스트리머를 대상의 공개 시험 서비스(OBT·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웹툰 작가 출신 인기 스트리머 ‘침착맨(이말년)’ 이병건 씨와 인기 스트리머 ‘풍월량’ 김영태 씨 등이 치지직에서 시험방송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네이버 플랫폼내 서비스와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카페·블로그 등 커뮤니티와 전자상거래(커머스), 간편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아울러 자사 플랫폼에 이용자를 유입하고 묶어두며 광고 수익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치지직의 가치가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트위치의 스트리머를 영입하고 이용자 트래픽을 성공적으로 확보한다면 치지직의 사업 가치는 1조 원을 넘어선다”며 "트위치의 주요 스트리머들이 이미 카페 등 네이버 커뮤니티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트래픽 확보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게임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성도 진출 이유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세계 게임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올해 116억 9000만 달러(한화 약 15조 1853억 원)에서 2028년 182억 2000만 달러(약 23조 6678억 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경쟁자인 트위치가 한국 사업을 철수하는만큼 치지직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9일부터 26일까지 치지직의 일간활성화이용자수(DAU)는 35만~43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트위치(67만~75만 명)와 아프리카TV(067160)(58만~65만 명)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베타 시작 하루 만에 치지직 애플리케이션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앱마켓에서 인기 상위 1위를 달성했다.
네이버는 흥행을 위해 치지직 서비스를 고도화 중이다. 끊김 없는 60프레임 방송을 위한 대규모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베타 기간 동안 1080p 60프레임과 30프레임 방송을 혼용하고 있지만 내년 2월 중순에는 대부분 방송이 60프레임으로 진행되는 환경을 마련할 예정이다. 채팅 팝업 기능 등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도 추가했다.
문제 스트리머가 치지직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흥행의 관건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타 플랫폼에서 수차례 물의를 일으켜 영구정지 조치를 받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한 스트리머가 베타 테스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 스트리머의 베타 테스트 권한을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TV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아프리카TV는 플랫폼 이름을 '숲'(SOOP)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별풍선'이나 'BJ' 등 명칭도 바꿀 계획이다. 태국 시장을 우선 진출하며 해외 영토도 확장한다. 최대 화질을 1440p 해상도로 높일 예정이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는 전날 열린 '2023 아프리카TV BJ 대상' 시상식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가 TV라는 인식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펼쳐 나가기 위해서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아프리카TV 사명을 변경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BJ란 명칭을 '수퍼'로 바꾸냐는 의견도 있지만, 일반명사인 '스트리머'로 바꾸는 방향을 구상 중"이라며 "별풍선 또한 명칭 변경을 생각하고 있다. 차분히 준비하고 의견도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