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 대 강' 대미·대남 노선을 천명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 위협했다.
3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5일 차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며 강경한 대서방 정책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위태로운 안보환경을 시시각각으로 격화시키며 적대 세력들이 감행하고 있는 대결적인 군사 행위들을 면밀히 주목해보면,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커진 것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대북 적시정책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에 들어와서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反)공화국(북한) 대결 책동은 여전히 악랄하게 감행됐다”면서 "그 무모성과 도발성, 위험성은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놈들의 발악은 극한에 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은 우리의 '정권 종말'까지 공개적으로 운운하면서 남조선 놈들과 반공화국 핵 대결강령인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조작(작성)하고 핵무기 사용의 공동계획 및 실행을 목적으로 한 '핵협의그룹'를 신설, 가동했으며 이를 도용해 공공연히 세계의 면전에서 우리에 대한 핵전쟁 흉계를 극구 추진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일본, 남조선 놈들과 빈번히 모여앉아 장기적인 반공화국 공모 결탁을 약속하고 대응방안 논의와 3자 훈련의 연례화를 실시하는 등 우리의 그 무슨 '위협'에 대처한다는 당치않은 구실을 내걸고 3각 공조 체제 강화에 광분하고 있는 미국의 도발적 태도는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할 수 없고 위태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미국 주도의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일 연합 훈련도 견제했다. 김 위원장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남반부(남한)에 초대형 전략핵잠수함이 40여년 만에 다시 들어왔으며 핵 전략폭격기가 사상 최초로 착륙했는가 하면 초대형 핵동력 항공모함 타격집단(항모강습단)을 때 없이 들이미는 등 각종 미국 핵 전략 수단들의 연속적인 조선반도 지역 투입으로 남조선이 미국의 전방 군사기지, 핵 병기창으로 완전히 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미 군부 깡패들이 일본, 남조선 놈들과 벌려놓은 합동군사연습의 횟수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2배로 늘어난 사실을 통해서도 미국이 우리 공화국과의 군사 대결을 기어코 목적하고 그 준비에 더욱 발악적으로 몰두하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김 위원장은 9·19 남북군사합의가 사실상 전면 파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의 결과라는 주장인데 실제로 군사합의의 전면 폐기를 선언한 쪽은 북한이었다. 김 위원장은 "엄중한 정세는 우리 공화국으로 하여금 적들의 발악이 우심(심각)해질수록 그 어떤 형태의 도발과 행동도 일거에 억제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쟁대응 능력과 철저하고도 완전한 군사적 준비 태세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한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 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강경한 대남·대미·대서방 정책을 천명하면서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나라 집권당들과의 관계 발전에 주력하면서 나라의 대외영역을 보다 확대 강화하며, 변천하는 국제정세에 맞게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드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우리 국가의 지지 연대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 공동행동, 공동투쟁을 과감히 전개해나간 데 대한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동북아 신냉전 흐름에 편승하는 대외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