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선배들이 따낸 동메달을 다시 한번 재현하고 싶어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오른 정상빈(22·미네소타 유나이티드 FC)은 2024 파리 올림픽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직 본선 진출을 확정한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답하면서도 “한국이 결코 세계 무대에서 약한 나라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만난 정상빈은 “황 감독님과 함께 올림픽 무대를 나서는 것이 꿈”이라며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뒤 A대표팀에도 다시 발탁돼 2년 뒤 열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공격수는 골이나 어시스트로 보여줘야 하잖아요. 2024년에는 아직 넘어보지 못한 한 시즌 공격 포인트 10개 이상을 달성하고 싶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뛰는 정상빈은 지난해 11월 황선홍호의 해결사로 우뚝 섰다. 파리 올림픽을 대비한 강호 프랑스 올림픽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가 결정적이었다.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 골을 포함한 멀티골로 한국의 3대0 완승을 이끈 것이다. 상대 감독인 세계적인 공격수 출신 티에리 앙리(47)도 “아름다운 프리킥 골”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활약이 대단했다.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 ‘코리안 음바페’로 불리는 정상빈은 “프랑스도 올림픽을 준비하는 팀이었다. (유럽 5대 빅리그 중 하나인) 리그앙에서 뛰는 선수들도 많았다”며 “개최국을 상대로 대승을 이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성인 무대에서 멀티골을 넣은 건 처음이었는데 여러모로 저에게 의미 있는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정상빈이 올여름 다시 프랑스 땅을 밟을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황선홍호는 지옥의 예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3위 안에 들어야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4위면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소속 국가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한국은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일본·중국·아랍에미리트(UAE)와 B조에 편성됐다. 정상빈은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아시안컵에서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물론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같은 조에 일본과 중국이 다 있고 UAE도 쉽지 않은 상대다. 3경기를 다 이기고 8강과 4강을 넘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특히 세계 축구 강국으로 떠오른 일본과의 한일전이 최대 고비다. 황선홍호는 직전 대회인 2년 전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일본에 0대3으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었다. 정상빈은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까다로운 팀”이라면서도 “일본과 경기에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 예선에서 만나지만 일본전은 결승전처럼 뛸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정상빈은 2022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한 뒤 위성 구단인 스위스 그라스호퍼로 임대됐다. 그러나 발목 부상 등의 이유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EPL의 꿈을 잠시 미룬 채 지난해 3월 MLS 미네소타로 옮겼다. 정상빈은 “스위스에서는 모든 게 어려웠고 힘들었지만 선택에 후회는 안 된다. 축구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다”며 “MLS도 확실히 수준이 높은 리그다. 미국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고 적응도 마쳤으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