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최대 화두는 누가 뭐라해도 인공지능(AI)이다. 지난해가 생성형 AI의 태동기였다면 올해는 이를 활용한 제품·서비스 개발·출시가 본격화하면서 상용화·대중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클라우드·서버 접속 없이 단말기에서 AI 활용이 가능한 ‘온디바이스 AI’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자체 생성형 AI ‘가우스’를 탑재한 ‘갤럭시S24’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다 애플 또한 자체 AI 서비스 공개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외에도 카카오의 사법리스크 및 게임·통신사들의 정책 리스크, 짧은 동영상 중심의 숏폼 콘텐츠 경쟁이 올 ICT 업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플랫폼·이통사 AI 서비스 강화로 서비스 고도화=1일 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조만간 자체 생성형AI ‘코GPT 2.0’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는 당초 지난해 해당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AI가 그럴듯한 오답을 내놓는 이른바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 등으로 출시 시점을 미뤘다. 카카오는 전국민의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해당 서비스 개발이 완료되면 챗봇형 서비스에 강점을 띈 AI로 차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최적화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바탕으로 검색 서비스 ‘큐(CUE)’, 글 창작 서비스 ‘클로바 포 라이팅’ 등을 잇따라 공개하며 구글(바드)과 오픈AI(챗GPT) 등과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 쟁탈전에 나선다. 네이버·카카오의 AI 기술 경쟁력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지만 검색 시장에서처럼 최소한 국내 시장 수성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통 3사 또한 AI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를 비롯해 연임에 성공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모두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통 3사 중 AI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T는 지난해 AI인프라·AI 전환·AI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한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며 사실상 AI 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SK텔레콤은 AI 서비스 ‘에이닷(A.)’에 아이폰 통화녹음 기능과 실시간 외국어 통역 서비스 등을 잇따라 탑재하며 자체 AI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KT는 초거대 AI ‘믿음’을 기반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한편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통신 분야에 특화된 초거대언어모델(LLM) ‘익시젠’을 올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통신비 인하·중국 게임 규제 등 리스크 산재=국내 ICT 업체들의 올해 또다른 화두는 리스크 관리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 조종 의혹으로 일부 경영진이 구속되는 등 사법 리스크를 겪은 카카오는 올해도 험로가 예상된다. 카카오는 경영쇄신 차원에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앉히는 등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지만 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던 대규모 인수합병 계획이 무산되거나 난항을 겪는 등 사법 리스크가 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책 리스크 또한 상당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빅테크 대상의 규제 강화를 골자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추진 중이어서 가뜩이나 구글·메타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네이버·카카오에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퇴출'을 명목으로 국내 포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게임업계는 중국발(發) 규제 리스크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확률형 아이템, 일일충전 등을 통한 과금 유도 방지를 골자로 한 온라인 게임 규제 방안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판호(게임 허가제) 등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통3사 또한 정부의 계속되는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인해 속앓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통 3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3만 원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네카오 숏폼 콘텐츠 강화…망 사용료 논란 지속=국내 ICT 업계는 구글(유튜브)·메타·(인스타그램)·바이트댄스(틱톡) 등 해외 업체가 장악 중인 숏폼 시장을 미래 핵심 시장으로 보고 관련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숏폼 서비스 ‘클립’을 내놓은데 이어 모바일 앱 하단창에 고정해 놓는 등 ‘쇼핑’이나 ‘검색’ 만큼 숏폼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 또한 숏폼 서비스 ‘오늘의 숏’ 관련 콘텐츠 강화로 이용자 몰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 앱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앱 월 사용시간은 유튜브(998억시간), 카카오톡(340억시간), 네이버(226억시간), 인스타그램(156억시간), 틱톡(75억시간) 순으로 숏폼 서비스 제공업체 5곳이 나란히 1~5위를 차지했다. 숏폼 경쟁력 강화 없이는 ‘슈퍼앱’이 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다만 숏폼과 같은 동영상 콘텐츠 이용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망 중립성’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게임방송 중계 플랫폼 트위치는 지난달 “한국의 망 사용료가 높다”며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하는 등 동영상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망 사용료에 불만을 제기 중이다. 이와 달리 해외 빅테크들이 국내 통신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와 관련해 합의한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데이터 트래픽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구글은 국내 망 사업자에게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