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70여 개국이 투표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의 첫 타자는 이달 13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해협은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이 격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친미 집권 민주진보당과 친중 제1야당 국민당 후보가 접전을 펼치면서 미중 간 신경전도 격화하고 있다.
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가 지난해 12월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와 샤오메이칭 부총통 후보의 지지율은 40.2%로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 후보와 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28.7%)를 11.5%포인트 앞섰다. 양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지난해 12월 초 3%포인트까지 좁혀졌다가 최근 다시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다만 대만 TVBS 방송의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의 격차가 3%포인트로 오차 범위(±2.7%포인트) 내였다.
라이 후보가 지지율 우위를 굳히며 민진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앞날은 험난하다. 총통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패배해 과반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 차이잉원 정부의 집권 아래 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 여건이 어려워진 데다 연임 당시 약속했던 청년·농어민·노동자 등 관련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불만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어느 쪽이 정권을 잡는지에 따라 대만의 대외 정책이 정반대 노선을 타게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라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만이 미국과 밀착해 중국을 견제하는 현 구도가 유지되는 반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허우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과 중국의 결속이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 양안과 지정학적으로 밀접한 한국의 안보 역시 영향이 불가피하다. 선거일을 2주가량 남겨두고 중국의 개입은 점점 더 노골화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