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북의 한 반도체 장비 회사가 관계사에 내부 장비를 ‘헐값 매각’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기업은 내부거래 외에도 탈세 등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최근 코스닥상장사 A 기업에 대한 배임 의혹 사건을 배당받았다. A 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 활용되는 세정 장치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공정상 발생한 이물질을 제거하는 정밀 세정 장치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의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500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 삼성전자 임원들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은 A 사가 익산 지역의 대규모 태양광 공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갖게 된 20억 원 상당의 기계류 장비를 특수관계사인 B사에 2억 원에 매각하는 등 낮은 가격에 거래해 비자금을 마련했는지 여부다. B 사의 대주주는 C 씨로 A 사 대표의 특수관계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거래에서 두 회사 사이 작성된 매매계약서에 매각 대상물도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A·B사 사이 허위거래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측은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은 맞다”면서도 “피의자 등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해당 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A 사는 처음부터 비자금 형성을 목적으로 공장 매입 당시 부동산과 건물에 대한 가격만 책정하고 기계 장비에 대해서는 자산 편입조차 하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가격이 잡혀 있지 않은 물건인 만큼 특수관계사는 A 사에 매입 가격인 2억 원도 실제 건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장기업이 매입한 장비에 대해 정확히 공시하지 않은 부분은 허위 공시에 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A 사 측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태양광 장비를 철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고, 판매 대상에 구리선 등이 빠진 것을 고려하면 NPE 측에 장비를 높은 가격으로 판매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문제가 없는 거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