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복합은 30㎜ 기관포로 무장한 자주대공포 ‘비호’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인 ‘신궁’을 결합해 탄생했다. 육군의 저고도 방공작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야전에서 장병들을 하늘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 기존 비호 자주대공포의 성능을 최신화하고 원거리 교전 능력과 함께 저고도로 공격하는 적의 다양한 공중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켰다. 이런 성능 덕분에 오늘날 기계화부대의 방공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포신이 두 개가 아니라 독립된 30mm 기관포를 각 1문씩 포탑 양편에 장착하고 있다. 30mm 기관포로 바뀌면서 발사속도는 각 포당 600발, 총 1200발/분(1초당 20발)로 높아졌다.
각 포당 500발(예비 탄약도 100발 수납)이 수납돼 이론상 최대 50초의 지속사격이 가능하다. 탑재된 기관포는 스위스 욀리콘사의 KCB 30mm 기관포를 국산화한 KKCB포로, 해군의 고속정이나 초계함 등에서도 일부 사용되는 체계로 탄약 호환성을 고려해 선정된 포다.
실제로 사격훈련시 해군이 연습탄으로 쓰기 위해 비축했다가 함정 노후화 등으로 여유가 생긴 탄약을 제공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30mm 기관포는 발사속도는 기존 발칸보다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대신 유효사거리는 약 30% 늘어났다. 1문당 커버 가능한 면적은 발칸보다 넓어졌다. 때문에 발칸과 비교해 같은 부대를 편성하는데 소요되는 차량 숫자도 더 적다. 적은 숫자의 차량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만 강력해진 것이 아니라 정확도와 신속성도 크게 개선됐다. 비호는 레이더 및 레이저 거리측정기, EOTS(전자광학식 조준경)와 연동되는 컴퓨터화된 사통장치를 갖추고 있다. 레이더는 적기 탐색을 위한 것으로 최대17km 거리부터 적기를 탐지하는 게 가능하다. 레이더가 적기를 탐지하면 관련 정보는 EOTS에 전달되며 표적이 7km 거리로 접근하면 EOTS에 의해 표적에 대한 자동 추적이 시작된다.
표적이 유효사거리인 3km 이내로 접근하면 사통장치가 포를 자동으로 가동해 컴퓨터가 계산하는 최적의 위치로 계속 움직여져 사수는 사격만 하면 된다. 한마디로 거의 모든 것이 컴퓨터에 의해 이뤄지는 셈이다. 비호의 차체는 K200 장갑차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K200의 차체를 바퀴 하나만큼 늘린 개량 차체이다. 엔진은 520마력이며 최대 65km/h의 속도를 발휘한다. K200이나 K1 등의 다른 전투장갑차들과 함께 기동전 수행이 가능하다.
비호 복합은 최대 4발의 신궁 지대공 미사일을 장착했다. 원래 비호의 작전 시에는 주변에 미스트랄 등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돼 대공포의 약점인 상대적으로 짧은 사거리를 커버하도록 했다. 하지만 비호 복합은 별도의 미사일 엄호 없이 자체적으로 사거리 약점을 커버하도록 했다. 물론 군단급 방공자산인 천마를 대체 하는 것은 아니다. 천마와 비호 사이의 빈틈을 커버한다고 보면 된다.
비호 복합은 개량이 더 탐지거리도 21km로 늘었다. 사통장치도 개량돼 현대전의 새로운 위협인 드론에 대해서도 제한적인 교전능으로 통해 레력을 갖췄다. 본격적인 대(對) 드론 체계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700~800m거리에 접근한 소형 드론을 요격이 가능하다.
현대전 양상은 고속입체 기동전이라고 한다. 대공화기는 미국의 LAV-AD(Light Armored Vehicle - Air Defense) 체계에서 보듯이 대공포(Gun)와 휴대용 대공유도무기(PSAM·Portable Surface to Air Missile)를 동시에 탑재하고 C4I 연동 및 통합정보 전시, 그리고 주행 중 사격이 가능한 신속 대응성 향상 추세로 발전해왔다.
따라서 사거리가 짧은 대공포의 취약점을 휴대용 대공유도무기로 보강하는 동시에 이 두 가지 대공무기를 단일 차체에 탑재해 기동성과 함께 운용의 융통성을 부여하기 비보복합 무기체계가 개발됐다. 적기가 나타나면 먼저 사거리 6㎞ 내에서는 휴대용 유도무기로 교전한 후 이를 회피해 들어오는 적기는 대공포로 사격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사거리 3㎞ 이상에서는 유도무기가, 사거리 2㎞ 이내에서는 대공포가 훨씬 명중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군에서도 도로와 평지에서 기동성을 살릴 수 있는 차륜형 자주대공포의 확보와 함께 효율적인 방공 전력 건설을 위해 대공포와 휴대용 대공유도무기를 복합화하는 대공무기체계에 나서 것은 이 같은 이유다.
2010년부터 두산DST, 삼성탈레스, LIG넥스원 등이 참여해 구경 30㎜ 자주대공포 비호에 휴대용 대공유도탄 신궁을 발사하기 위한 복합대공화기(비호복합)체계 개발사업이 진행됐다.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6개월 만에 완료했다. 비호복합(K30)은 별개의 무기체계를 복합화해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무기체계인 셈이다.
이 무기체계는 레이더와 방공자동화체계(C2A), 전자광학장비(EOTS 추적기)와 같은 탐지·추적 장치를 연동시켜 유도탄 발사 절차를 자동화는 것은 비롯해 신속 정확한 교전이 가능하도록 신궁의 성능을 극대화 시킨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개발 및 운용 시험평가 동안 주·야간에 수행된 9발의 유도탄 사격을 모두 명중시키는 우수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현재 군과 민간에서 다양한 드론들을 사용하는데 비호복합은 이러한 위협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대응할 수 있는 안티 드론(anti-drone) 수단으로도 주목을 받는 무기체계다.
비호복합을 운용하는 일선 부대의 장병들 만족도와 호응도 높다. K30을 운용하는 한 하사는 “비호복합은 비호의 짧은 사거리를 보완하기 위해 단거리지대공 미사일인 신궁을 장착한 장비로써 연속 교전이 가능해 공중 위협에 효과적”이라며 “열상장치 등을 이용해 적기의 주간과 야간 공격에도 기동부대 및 국가 중요시설을 보호할 수 있고 적 장갑차량에 대한 조준사격능력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방공 C2A체계연동을 위해 지상항법장치와 더불어 GPS가 장착돼 네트워크 기반의 통합방공작전임무수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피아식별 및 실시간으로 탐색 간 추적을 할 수 있다. 주행 중 표적탐지는 물론 적의 전파공격에 대비한 첨단 전자전 대응능력도 갖췄다. 이러한 특성을 덕분에 비호복합은 기동부대의 특성에 적합한 방공무기로 표적 격추 후 신속한 진지변환이 가능한 전천후 장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을 결합한 복합대공화기가 세계 최초로 러시아에서 등장했다. 바로 ‘퉁구스카’ 자주대공포이다. 1990년대 등장한 ‘퉁구스카 자주대공포’는 30mm 기관포 2문과 SA-18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8기를 통합해 8~10km 내의 적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게 개발됐다.
그러나1990년대 최고의 방공무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대량 생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인도 등으로 수출돼 현재는 이를 개량한 ‘판츠시르-S1’(Panstir-S1)이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퉁구스카 자주대공포가 등장으로 세계 각국이 복합대공화기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발점이 됐다. 미사일과 대공포가 결합되면 훨씬 효율적인 방공작전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전력화가 이루어진 것은 미군의 ‘라인베커 체계’ 이외에 뚜렷한 것이 없다.
라인베커는 브래들리 장갑차에 토우 대전차미사일 대신 스팅어 대공미사일 4발을 갖춘 것으로 전방대공지휘통제(FAADC2)시스템과 GPS 등을 통합했다.
복합대공화기는 이론적으로는 개발이 만만치 않은 무기체계다. 기관포 사격으로 발생하는 격렬한 진동 속에서 미사일을 정확히 유도해 명중시키는 것은 고도의 기술수준을 갖춰야 한다. 또 미사일 발사로 배기가스와 진동을 이겨내고 기관포를 정확히 사격할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기관포와 미사일 사격통제체계의 혼선도 막아야 한다. 이 같은 무기체계를 국내 독자적으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