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심자외선(DUV)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 전 마지막 납품이 미국 정부 압박에 취소됐다. 중국은 올해부터 ASML 장비 수입이 차단돼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량의 노광장비를 수입하고 있었다. 중국의 7나노(nm) 구현에 놀란 미국이 구형 장비인 DUV 수출까지 막아서며 선제조치를 취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 요청으로 ASML DUV 노광장비 3대의 중국 수출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ASML은 지난해 말까지 DUV 장비 3대를 중국에 판매할 권한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 마지막 판매분의 선적을 미국이 막아선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관리들이 ASML에 연락해 중국 고객사에 예정된 일부 장비 출하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DUV는 TSMC·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선도 기업이 사용 중인 극자외선(EUV)보다 구세대 장비다. EUV의 파장은 13.5나노인 반면 DUV는 193나노로 초미세공정 구현이 힘들다. 그러나 과거 TSMC가 DUV 불화아르곤(ArF) 공정을 통해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한 바 있고, 최근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중국 자체 생산 7나노 모바일AP 또한 TSMC의 옛 DUV 활용법을 모방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은 ASML이 위치한 네덜란드를 압박해 올해부터 중국에 EUV는 물론 DUV까지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ASML 장비 사재기에 나섰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ASML 노광장비 수입액은 37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난해 1분기 8%에서 3분기 46%로 급증했다.
규제를 앞두고 중국이 예상보다 많은 장비를 확보하고, 구형 DUV로 7나노 미세공정까지 구현하자 미국이 ASML을 직접적으로 압박해 수출을 막아선 것이다. ASML은 탐탁치 않은 태도다. 퇴임을 앞둔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수출 규제가 중국 내 ASML 매출 최대 15%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에 압력을 가할수록 그들이 노력을 배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