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약 40%는 새해 경영 실적이 지난해보다 후퇴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경제·경영 환경 인식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0.7%가 올해 영업이익 역성장을 예상했다. 기업들이 예측하는 지난해 대비 올해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1.3%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경영 환경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영 여건 악화를 예상하는 응답은 30.7%로, 개선을 기대하는 기업(13.9%)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반도체 산업 부활’ 징후에도 기업들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지정학적 분쟁과 주요국 선거 등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정부는 경기회복세를 자신하지만 정작 경제의 엔진을 돌리는 기업들의 체감온도가 떨어지면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 지난해보다 채용을 늘릴 예정이라는 기업은 14.9%에 그쳤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을 뚫고 다시 뛰게 만들려면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두고 민간 경제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경제 행보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한국거래소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자본시장 규제 혁파와 금융투자소득세제도 전면 폐지를 약속했다. 또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지원을 약속하며 정부와 기업이 ‘원팀 코리아’로 뛸 것을 당부했다. 전날 신년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규제 혁파와 첨단산업 지원,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메시지는 충분하다. 이제 관건은 행동이다. 말로 아무리 ‘기업 하기 좋은 나라’와 개혁을 외쳐도 변화를 일으킬 실천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따름이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기업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와 같은 규제 제거와 지체된 3대 개혁 진전,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신속히 행동력을 발휘해 2024년을 경제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