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가 9~1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CES에 150개 국가에서 총 3500개 기업이 참가하며 참관객은 13만 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에서도 약 1만 5000명의 정관계 및 비즈니스 리더가 라스베이거스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전통의 가전 기업뿐 아니라 SK그룹·두산그룹·롯데그룹·HD현대 등 대기업, 웹케시그룹·JB금융지주 등 중견기업의 기업인들도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다.
한국 정재계에는 매년 CES를 찾아 혁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고 새해를 설계하는 것이 어느 정도 관행이 돼가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CES로 출장 오는 비즈니스 리더가 많다 보니 ‘코리아 CES’가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한국뿐 아니라 가전이나 전기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강력한 산업 기반을 갖추려는 프랑스·일본·대만·네덜란드·이탈리아 등에서도 정관계 인사들이 CES를 방문한다. 그렇다면 CES가 이처럼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의 이목을 집중시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난 12년간 CES를 취재하고, 특히 올해는 CTA와 미디어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오랫동안 경험해온 바로는 CTA와 CES가 매년 격변하는 기술 산업을 재빠르게 수용하고 IT 산업뿐 아니라 뷰티, 항공우주, 식료품(푸드), 유통, 여행 및 항공 등의 산업을 포용한 것이 가장 큰 비결이다.
CES는 ‘가전쇼’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동차쇼’가 되고 있으며 ‘뷰티 및 푸드쇼’로 변신하고 있다. CES는 세계 5대 모터쇼로도 꼽히고 있다. CES를 주최하는 CTA는 말 그대로 업계의 모임이자 산업을 대변하는 ‘협회’다. 이들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업계(업체)를 위해서라도 타 산업과의 융합을 적극 시도했으며 CTA의 기조연설에 초대해 테크 산업이 타 산업으로 확장되는 것을 앞장서 도왔다. 이는 한국의 협회나 업계가 지키는 데 급급하고 타 산업으로 침투하지 않으며 도전받는 것을 앞장서 막아온 것과 대비된다. 그래서 한국에는 그저 ‘업계 행사’ 수준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이벤트가 많다.
하지만 CES에서는 매년 업종 간 경계, 즉 업계가 사라지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것이 CES의 매력이며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한데 모으는 비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CES는 인공지능(AI)이 지울 산업, 사라지게 할 기업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글로벌 정관계 리더들이 CES를 찾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CES에서 워낙 많은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쓸모 있는 정보와 깊이 있는 분석을 골라내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뉴미디어 스타트업인 더밀크는 올해 서울경제신문과 공동 취재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CES가 산업을 넘어 기술과 사회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 기업들도 경계를 허문 융합을 시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