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표절 논란 게이 하버드대 총장 취임 5개월만에 사퇴

첫 흑인총장이자 두번째 여성총장
보수 사퇴압박에 최단 임기 기록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 AFP연합뉴스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의 첫 흑인 수장인 클로딘 게이 총장이 반(反)유대주의와 표절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게이 총장은 2일(현지 시간)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내가 (총장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학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게이 총장은 하버드대 사상 첫 흑인 총장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한 후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며 최단 임기를 기록했다.


게이 총장은 지난달 연방하원 청문회를 계기로 ‘반유대 총장 퇴출 운동’에 나선 미국 보수 인사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는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는 공화당 의원들의 질문에 “끔찍한 발언”이라면서도 “하버드대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게이 총장과 함께 청문회 참석 후 유대인 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지난해 12월 사임했으며 샐리 콘블루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 역시 같은 이유로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하버드대 이사회는 청문회 이후 게이 총장을 유임하기로 결정했지만 논문 표절 의혹으로 비판 여론은 확산됐다. 하버드대는 게이 총장의 1997년 박사 학위 논문 중 ‘적절한 인용 표시가 없이 복사된 표현’을 두 군데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하버드대 측은 “게이 총장이 인용 표시가 불충분한 부분에 대해 논문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명문대 총장과 학자로서의 자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하버드대는 후임 총장이 결정될 때까지 앨런 가버 교무처장에게 임시 총장을 맡기기로 했다. 가버 임시 총장은 앞서 하버드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에 대해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교내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실망감을 전하며 “(하마스 테러에 대한) 더욱 강력한 비판을 담은 추가 성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