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쉰들러' 문형순 전 서장, 국가유공자 추대

보훈부, 참전 유공자 등록

고(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 연합뉴스

제주 4·3 사건 당시 무고한 제주도민을 구해낸 고(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이 국가유공자로 추대됐다.


경찰청은 국가보훈부로부터 문 전 서장의 참전 유공자 등록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3일 밝혔다.


1897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출생한 문 전 서장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 일대에서 활동하는 항일 단체에 들어가 1920년대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해방 후인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중 4·3 광풍 속에 수많은 무고한 양민의 목숨을 구해 ‘제주판 쉰들러’로 유명하다.


그는 좌익 혐의를 받던 무고한 주민 100여 명을 학살 위험에서 구해냈다. 성산포경찰서장으로 재임 중이던 1950년 8월에도 계엄군이 좌익 혐의를 받는 예비검속자에게 총살 명령을 내리자 ‘부당함으로 불이행한다’며 거부해 295명을 살렸다. 문 전 서장은 수백여 명의 제주도민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 영웅으로 선정됐다.


경찰청은 그간 문 전 서장의 독립운동 사료를 발굴해 보훈부에 독립 유공자 심사를 여섯 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입증 자료 미비 등의 이유로 독립 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다. 이에 경찰청은 문 전 서장이 6·25전쟁 당시 경찰관으로 재직하며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에 착안해 지난해 7월 독립 유공이 아닌 참전 유공으로 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했다. 보훈부는 마침내 지난달 문 전 서장에 대한 참전 유공자 등록을 마쳤다.


1953년 9월 제주청 보안과 방호계장을 끝으로 퇴직한 문 전 서장은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유족 없이 생을 마감했다. 현재 제주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영면해 있다. 경찰청은 “문 전 서장이 참전 유공자로 등록됨에 따라 제주호국원과 협의해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는 등 경찰 영웅으로서 존경과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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