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 외무장관이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오랜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에 공식 가입했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TV는 이날 사우디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브릭스는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이롭고 중요한 채널”이라고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브릭스는 지난해 8월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이란·에티오피아를 새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사우디와 함께 나머지 4개국의 회원 자격 역시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됐다. 이로써 5개국으로 출범한 브릭스는 덩치를 2배로 키우게 됐다.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도 신규 회원국으로 승인됐지만 지난달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브릭스 가입에 반대하면서 실제 가입은 불발됐다.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은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사우디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도모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사우디는 미국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이어오면서도 미국의 걸프 지역 안보에 대한 의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차츰 독자적인 길을 추구해왔다.
사우디 등 5개국의 브릭스 가입으로 중동은 물론 국제 정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를 이끄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브릭스로 묶이면서 유가에 대한 이들의 공조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