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고령자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미 고령자 산재사망자는 전체 산재사망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와 생계를 위해 신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 사회구조의 민낯이다.
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계간지 '지역 산업과 고용' 겨울호에 실린 '지역별 고령화와 고령층 노동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기준 전체 2723만7000명 근로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비율은 11.6%를 기록했다. 근로자 10명 중 1명은 고령자란 뜻이다.
우려는 고령자의 산업재해 심각성이다. 2022년 기준 60세 이상 고령자의 산업재해자는 4만5332명으로 전체 재해자(13만348명)의 34.8%를 기록했다. 고령자의 산재 사망자 비율은 49%(1089명)로 더 높았다. 2022년 중대재해 발생 사업주를 형사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해다. 하지만 고령자의 재해자 수와 사망자 수는 시행 직전 연도 대비 각각 12.5%, 15.5% 증가했다. 보고서는 “산재사망사고는 고령자에 더 집중되는 구조로 고착화될 수 밖에 없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이 상황의 원인은 고령자가 빠르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들의 신체적 특성과 노동 시장의 구조가 원인이라고 진단됐다. 보고서를 쓴 안준기 고령사회연구팀 부연구위원은 “고령자는 전성기에 비해 육체와 정신이 퇴화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하지만) 법정 정년은 60세에 머물러 있고 55세 이상의 경우에도 기간제법 예외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노동계에서 주장해 온 법정 정년 확대 근거와 일치한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고령층이 너무 많다. 65세 이상 고령층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60.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법정 정년이 이런 고령층의 수요에 비해 너무 낮게 정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청년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고령층이 단순 일자리로 내몰리는 현상을 낳았다. 정년이 지난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적은 점도 무관치 않다. 민간과 공공 일자리의 기본 틀은 법정 정년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0~64세 신규 임금근로자 86.3%의 일자리는 비정규직이었다. 한국노총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질 낮은 일자리로 이동 관행이 60대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노인 빈곤 문제를 더욱 고착화했다"고 분석했다.
안 부연구위원도 “고령자는 2차 노동시장 혹은 주변부 노동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위험의 외주화 성향에 따라 고령자는 위험 노출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고령자 산재는 산업안전의 문제 보다 지역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고령자의 다름을 인지하고 업무를 배치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