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기관투자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에 힘입어 모집액의 7배가 넘는 주문을 확보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2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조 4200억 원어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 만기는 600억 원 모집에 2800억 원, 3년물은 800억 원 모집에 1조 400억 원, 5년물은 600억 원 모집에 1000억 원어치 주문이 들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희망 금리 범위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2년물은 -7bp, 3년물은 -8bp, 5년물은 -2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4월 3년물 기준 연 4.344% 이자율로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9개월 만에 30bp 가까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공모채 발행은 올해 4월 만기가 돌아오는 2600억 원 규모 공모채 차환을 위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요예측 흥행으로 11일 최대 4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요예측 흥행은 올해 미국의 긴축 정책 종료 기대감이 고조되는데 기관들이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수요예측 첫 주자로 나섰던 KT(030200)(모집액 1500억 원)와 이마트(139480)(2000억 원)도 각각 2조 9000억 원, 1조 1750억 원어치 주문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크레디트 시장 강세 지속 여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사태 같은 일시적 신용 이벤트보다는 거시적인 경제 환경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성종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워크아웃의 정상적 진행 여부, 다른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 가능성 등은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 의지를 감안할 때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도 “지난해 말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이)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이 진정된 이후 시점인 지난해 3월 수준으로 회귀했다”며 “(크레디트 시장은)과거의 평균치에서 벗어나 ‘뉴노멀 레벨’을 탐색하며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두 차례 이상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일반 사채의 연간 발행 한도를 1조 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7000억 원)보다 3000억 원 상향 조정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9월 말 기준 총차입금 4조 4918억 원 중 2조 7235억 원이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간 4000억 원 내외의 자본적 지출(Capex) 투자도 계획 중이어서 당분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활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