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 ‘기회의 장’…“정치인 쫓아가 매달리며 읍소하기도”

내수론 한국 스타트업 성장 보장 못해
“성공 확률 1%도 안돼”
CES 발판 해외 진출·투자 유치 기대

장승웅(왼쪽부터) 텐마인즈 대표와 유현주 탑테이블 대표,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 장양호 로드시스템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뒤 환담하고 다. 오승현 기자

“지난 CES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 저희 부스 앞을 지나치는 한 정치인을 쫓아가 부스에 와달라고 부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알리는 건 대표로서의 의무죠.” (장승웅 텐마인즈 대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CES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의 장으로 기대했다. 내수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국내 산업 특성상 해외에서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CES를 계기로 해외 기업과의 사업 협력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매칭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승웅 텐마인즈 대표

인터뷰에 참석한 대표들은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현주 탑테이블 대표는 “일본만 봐도 인구가 1억3000만명에 달하는 내수를 갖고 있어 스타트업도 자국 내에서 안주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내수 규모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장양호 로드시스템 대표는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은 1%로 잡아도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글로벌로 확장하려면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춰야 하는데 스타트업으로선 쉽지 않다”고 평했다.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

이 때문에 전 세계 재계에서 주목하는 CES는 해외 진출, 판로 개척과 투자 유치의 발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CES 2024에는 전 세계 기업·투자자 등 1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승웅 대표는 “CES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큰 전시회이기 때문에 투자자나 매체를 향한 홍보 전략을 잘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아직 초기 단계인 슬립테크 시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새로운 미래 산업에 도전하는 데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각이 상당하다”면서 “CES에서의 활약을 통해 스타트업이 응원 받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텐마인즈는 CES 2023 당시 1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등 큰 관심을 이끌어낸 바 있다.



유현주 탑테이블 대표

CES 2023 때도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던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는 “최고혁신상을 받은 직후 벤처캐피탈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고 국내 정부 기관에서도 자사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면서 “해외 진출 측면에서도 온라인으로 여러 번 접촉하는 것보다 CES 같은 큰 오프라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CES에서 사업 협력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유 대표는 “CES에 참석해 우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 기업이 사전에 파악해야 하는데 개별 스타트업이 일일이 알아내긴 어렵다”면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사업 협력을 비롯한 매칭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벤처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양호 로드시스템 대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대기업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CES 2024에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의 사내외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에 C랩 전시관을 마련하고 역대 최다인 15개의 과제와 스타트업들을 공개할 계획이다. C랩 스타트업들은 총 23개의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했다. 2021년 분사한 스타트업 스튜디오랩은 최고 혁신상을 받았으며 딥엑스와 옐로시스는 각각 3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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