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 "하마스 '서열 3위' 폭사한 공습 배후는 이스라엘"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보복 공언…美 "명백한 전쟁 의사는 없는 듯"

드론 공격 받은 레바논 베이루트 하마스 사무실. 사진=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체 서열 3위인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을 살해한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의 배후는 이스라엘이라고 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익명의 미국 국방부 당국자가 AFP 통신에 "그 공습은 이스라엘의 공습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사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AFP는 덧붙였다.


AP 통신도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최우방인 미국에도 알리지 않은 채 공습을 감행해 알아루리 등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위치한 하마스 사무실에선 무인기(드론) 공습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폭발이 발생, 알아루리 부국장을 비롯한 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하마스 무장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지도자 사미르 핀디 아부 아메르와 아잠 알아크라아 아부 암마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알아루리 부국장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발발한 이래 숨진 하마스 구성원 중 최고위급 인사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배후임을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인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에 관여한 하마스 인사라면 그가 어디에 있든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주민들이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영상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은 이미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단정한 채 보복을 공언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3일 저녁 방송된 연설에서 "이 위험한 범죄는 대응 없이, 처벌 없이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지원할 필요성과 레바논의 국익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잡으려 노력해 왔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상대로 전쟁에 나선다면 '어떤 제한도 없는 싸움'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매우, 매우,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에 전쟁이 벌어지자 지난 2달여간 레바논과 인접한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겨냥해 산발적인 로켓 공격을 가해왔다.


헤즈볼라는 이날도 국경 주변 이스라엘군 초소를 겨냥해 최소 8차례의 공격을 감행했으며 고화력의 부르칸 탄도 미사일도 네 발 사용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성명에는 이 공격이 알아루리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관됐는지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당장 레바논으로까지 확전해 중동전쟁으로 발전할 상황은 아니란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익명을 전제로 기자들을 만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볼 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일 명백한 의사가 없으며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선 긴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헤즈볼라가 주기적으로 국경 너머로 발포를 하고, 이스라엘이 응사하는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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