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문을 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된 지 약 8년 만에 완전 폐쇄의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재단의 기본 업무인 ‘공단의 개발 및 운영 지원’ 사실상 수행 불가가 이유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대남·대미 위협을 고조시키는 데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초강수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개성공단지원재단을 해산하기로 지난해 말 결정했다”며 “재단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해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의 해산은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지원부’ 질타 이후 남북 교류·협력 분야를 축소하는 흐름 속에 개성공단지원재단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오른 것에 대한 최종 조치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산 결정 배경에 대해 “개성공단 운영 중단 장기화에 이은 북한의 공단 무단 가동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개성공단지원재단이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출범한 개성공단지원재단은 공단 입주 기업의 인허가, 출입경, 노무, 시설 관리 등을 지원해왔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공단 운영이 중단된 뒤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개성공단지원재단을 유지하려면 인건비 등을 포함해 연간 70억~80억 원가량이 소요된다. 현행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재단의 해산 관련 조항이 없다. 이에 따라 상위법인 민법 제77조 1항 법인의 해산 사유를 준용해 재단 해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의 잇따른 남북 관계 악화 행보가 이번 조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재정의하고 후속 조치로 당 통일전선부 등 대남 사업 기구들을 정리·개편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검토해온 개성재단 해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일조한 측면이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6월 추진한 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일각에서는 ‘통통라인(남측 통일부·북측 통전부)’까지 사라지면서 통일부가 앞으로 북한 주민 인권침해 알리기와 정보 수집, 탈북민 관리 강화, 대북 심리전 등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는 업무 이관 내용을 담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곧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다만 재단을 해산하더라도 입주 기업 지원 업무는 민간 위탁을 통해 계속 수행할 방침이다. 현재 개성공단지원재단 직원 41명에 대해서는 희망퇴직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