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처럼 엮인 '産學硏病' 요람…기초연구·생산 원스톱 지원

[K바이오클러스터를 가다] <1> 오송
식약처·질병청에 260개 기업 입주
인허가·제조까지 전 과정 한번에
2조 투입 한국형 켄달스퀘어 조성
정주여건 개선·인력수급은 과제


지난달 방문한 오송 바이오클러스터는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제약·바이오 회사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HK이노엔(195940), LG화학(051910), 현대바오랜드 등 기업들이 한데 모여 있다. 차로 5분 거리인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기업들을 위해 비임상시험부터 상업화 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시설이 위치해 있다. 또 다른 인근에는 베스티안 병원을 비롯해 연구소, 대학 등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을 위한 장소가 있다. 오송은 제약사·바이오벤처를 포함해 산·학·연·병·관이 집적돼있는 K바이오산업의 메카다.



툴젠의 오송 R&D센터. 사진 제공=툴젠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는 질병관리청, 식약처 등 정부 기관 및 대학, 기업이 (거미줄처럼) 연계돼 있습니다. 유전자가위 관련 기술의 확장 및 사업화를 지원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해 10월 약 10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1500평 규모의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한 툴젠의 이병화 대표는 유전자가위 기술 R&D 역량 및 사업을 강화할 장소로 오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충북 오송바이오클러스터는 1997년 오송 생명과학단지가 국가 산업단지로 지정된 이후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된 정부주도형 바이오클러스터다. 오송바이오클러스터는 탄탄한 인프라가 특징이다. LG화학, 대웅제약(069620), HK이노엔, 종근당바이오, SD바이오센서, 수젠텍, 삼진제약, 툴젠,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등 26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주요기관으로는 식약처, 질병청 등 6대 국책기관과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등 5개 국가 바이오 메디컬시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내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 핵심연구지원시설이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인허가 기관인 식약처가 있다는 점은 오송의 가장 큰 장점이다. 충청북도 바이오식품의약국 관계자는 “바이오 관련 기업‧기관이 의약품 허가를 신청하거나 임상시험을 실시할 때 관련 정보 확보에 도움이 되고 행정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밖에 보건의료 국책기관이 있어 바이오 관련 기업 유치에 유리하고 기업‧기관 활동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오송에 둥지를 튼 LG화학은 “국책기관, 기업체, 연구소, 대학 등이 모여있어 인력 수급 및 양성, 인허가, 제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선제적으로 입주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벤처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기업들이 오송에 모이는 또 다른 이유다. 충청북도는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과 총 10여개, 4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잠재력이 높은 바이오벤처 기업에는 산학협력 연구개발과 혁신성장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바이오 기관과 학회간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산학연병 협력 생태계 마련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송 바이오클러스터는 올해 재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K-바이오 스퀘어 조성’ 추진 선포와 ‘바이오의약품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 발표로 대한민국 바이오 메카가 될 기회를 얻었다. 정부는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와 기업·상업·금융·주거 공간을 혼합 배치해 바이오 핵심 인재 양성은 물론 글로벌 R&D 중심의 한국형 ‘켄달스퀘어’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K-바이오 스퀘어 조성에는 2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송이 K바이오산업의 메카가 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거주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도권과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거주여건이 미흡한 점은 인력부족로 직결된다. 개발 계획이 지속되고 있는 오송 지역 특성상 민간 아파트 공급 등 주거환경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학교, 상업시설 등이 부족한데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은 오송에 입주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주변에 좋은 학교를 짓는 일이라고 했다”면서 “전문 인력 유치와 인력 유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거주여건 개선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