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형 폭탄 테러, 이스라엘의 레바논 헤즈볼라 공습 등이 연달아 발생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위험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반군, 이란 등 반이스라엘의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전선이 점차 넓어지면서 당장 이란과 이스라엘·미국 등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일은 없어도 이 지역의 군사력이 증강되며 작은 충돌이 큰 사건으로 비화할 위험이 더 커졌다. 특히 ‘반이스라엘’ 흐름의 중심에 있던 이란이 3일(현지 시간) 케르만 순교자 묘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4주기 추모식 중 발생한 폭탄 테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면서 직접적 개입의 가능성도 커졌다.
이란은 이날 케르만에서 발생한 폭발로 최소 95명이 숨진 사태를 ‘테러’로 규정하면서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겠다는 자세다. 미국은 이번 테러에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과 관련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에 무게를 두지만 이란은 이를 믿지 않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군부·정치권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소행으로 신속하게 결론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추도식에서 이번 테러의 배후 세력을 향해 “범죄로 인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태 배후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연설 대부분을 이스라엘 비판에 할애했으며 추모식에 참석한 군중들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경고한다. 죄들로 몹시 후회스러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강경한 대응을 마주할 것”이라며 “이는 신의 뜻”이라고 밝혔다.
전선은 헤즈볼라가 본거지를 둔 레바논에서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 국지적 공습을 펴왔으나 전날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하마스 서열 3위 인사가 숨진 것은 그간의 움직임과 무게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3일 TV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격을 두고 “침묵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적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어떤 제한도, 규칙도, 구속도 없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몇 달 전부터 레바논 접경지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주민 7만여 명에게 대피령을 내리는 등 레바논에서도 전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헤즈볼라 역시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등을 쏘며 개입해왔으나 이번 공격을 계기로 그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레바논 정부는 자국이 전쟁에 휘말릴까 걱정하면서도 선택은 헤즈볼라의 몫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