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47)이 심한 건망증을 고백하며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
2일 백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드디어 공개! 귀중품으로 가득한 백지영 옷장!(백지영 코드, 명품패딩)’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게재했다.
이날 그는 남편인 배우 정석원의 베이지색 코트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제 석원씨가 이 코트를 입고 나는 윤혜진씨가 하는 브랜드 코트를 입었는데 제일 편하고 제일 따뜻하다. 어제 둘이 깔맞춤해서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작진이 “어디 갔다 오셨냐”고 물었지만 백씨는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백씨는 “요즘 경도인지장애라는 게 있더라. 치매보단 약하고 건망증보단 심한 증상”이라면서 “그거 아니야? 나 어디 갔어? 나 이거 입고 어디 갔니? 진짜 심각하다”며 우울해 하다가 “아! 선교사님 만나러. 식사. 점심”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와, 진짜 약간 눈물 날 뻔했다”고 안도했다.
백씨의 경우처럼 분명히 과거부터 알고 있던 특정 인물·상황·단어 등이 기억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백씨처럼 건망증이나 경도인지장애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건망증은 떠올리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어떠한 사실 자체를 기억할 수는 있다. 일상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처럼 주의력과 집중력이 저하될 때 쉽게 나타나고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특정 사실에 대한 힌트가 주어지면 기억할 수 있다.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일상 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 있지만 기억력을 포함한 기타 인지기능이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를 뜻한다.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한해 약 10~15%의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정상 노인의 경우 매년 1~2%만이 치매로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치매 위험이 10% 이상 높은 셈이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치매학회가 한국갤럽과 함께 2022년 9월 전국 17개 시도, 만 18세 이상의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가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그보다 많은 65%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응답자는 73%에 달했다. 또한 88%는 진단을 위해 검사가 필요한지 몰랐다고 답해 인식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수년에 걸쳐 진행되며 여러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노화에 따른 건망증과 치매 초기인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잊어버리는 것을 내가 먼저 아느냐, 남이 먼저 아느냐가 관건이다. 건망증을 겪는 이들은 대부분 기억력 저하를 인지하고 이를 보완하려고 노력하지만 치매 환자는 기억력 저하 사실을 모르거나 이를 부인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한결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울증, 약물복용, 폐질환 등과 같은 다양한 원인들이 경도인지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일부 연구에 따르면 30~50%가량이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경도인지장애는 퇴행성 뇌질환의 초기 단계일 수 있어 검사가 필요하다”고 서울신문을 통해 짚었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평소 스트레스를 쉽게 받거나 성질이 급한 성격 등이 치매에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음주나 흡연도 치매의 주요 위험 인자로 꼽힌다.
매체에 따르면 40대 이전부터 치매 과정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부터 각 시기에 적절한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하다. 40~50대의 중년기로 접어들 때는 머리 외상을 조심하고 고혈압, 과음, 비만 등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장 발병률이 높은 노년기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나 우울증을 피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상된 뇌세포는 치료되거나 다시 자랄 수 없기 때문에 기억력 저하를 막으려면 평소 바른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형성해 뇌 건강을 지켜야 한다. 인지기능장애, 치매 등은 두뇌 사용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발병률이 낮은 편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퍼즐, 악기 연주 등은 뇌를 자극하는 활동이 도움을 준다.
규칙적인 운동도 중추신경계의 염증 과정을 줄이고 뇌세포의 산화 손상을 감소시켜 뇌혈류를 개선한다. 또 뇌 영양인자가 많이 만들어져 뇌세포 보호와 성장에 도움을 주며 뇌의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성 위험인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역시 필수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중강도 운동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하는 게 좋다. 매년 주기적인 인지기능 검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하루 1시간 이상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장기나 바둑을 즐기거나 산이나 친구 이름 100개씩 3회 외우기 등 두뇌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면서 “종교생활을 통해 심신 안정을 도모하고 자신보다 젊은 사람을 포함해 뜻이 맞는 친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매체를 통해 조언했다.
국내 치매 환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좁아지고 막혀서 뇌로 산소 및 영양분의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젊을 때부터 혈관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부족 등 혈관을 지저분하게 할 만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혈관성 치매의 예방법”이라면서 “40대 이후부터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자주 확인하고 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서울신문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