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은 금주, 체중 감량과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새해 단골 결심입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애연가였던 K도 올해 태어날 딸을 위해 금연을 하겠다고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죠. 요즘 K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각종 금단 증상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밤잠이 오질 않는 게 가장 괴롭다고 하더라고요. 담배에는 70종이 넘는 발암 물질과 수천 개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판매량이 급증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물론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액상형 유사담배에도 크롬·포름알데히드 같은 1군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궐련담배가 가열될 때 생성되는 타르 등의 물질이 없을 뿐이죠. 물론 흡연이 건강에 백해무익하다는 걸 모르는 이가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금연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한 번 시작한 흡연을 중단하기 힘든 이유는 니코틴의 강한 중독성과 연관됩니다. 담배에 포함되어 있는 니코틴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많이 분비하게 합니다. 흡연 시 기분이 좋아지고 담배를 지속적으로 찾게 만드는 건 이런 기전 때문인데요. 필로폰과 함께 ‘3대 마약’으로 꼽히는 코카인·헤로인 다음으로 니코틴 의존성이 높다고 해요. 흡연자가 금연을 하게되면 불안·짜증·불면·집중력저하·우울감·갈망 등 심리적 증상부터 발한, 심박수 증가·가슴 답답함·손떨림·메스꺼움 등의 신체적 증상에 이르는 금단증상이 수주에서 수 개월에 걸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재흡연으로 이어지게 되죠. 실제 금연을 시도한 첫 주에 금단 증상이 가장 심하고 금연 실패율이 가장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새해 첫 날이 밝은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 금연 결심이 흔들리고 있다면 ‘니코틴 대체요법’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요? 담배의 유해 화학성분을 빼고 소량의 니코틴을 공급하되 단계적으로 공급량을 줄여줌으로써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인데요. 흔히 금연껌, 금연패치라고 불립니다. 별도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데다 흡연자 개인의 선호에 따라 껌 또는 패치 제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지속하기 어려운데 금연 클리닉을 찾기 부담스럽다면 니코틴 대체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보건소에서는 금연클리닉에 등록할 경우 니코틴껌·패치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죠.
껌과 패치는 각각 장단점이 다릅니다. 니코틴 패치는 대개 하루 한번, 아침 기상 직후 피부에 붙여주면 혈중 니코틴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금단 증상을 완화하고 흡연 욕구를 억제합니다. 비교적 편리하지만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니코틴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해요. 입이 심심하다고 느끼거나 담배가 간절한 순간 껌을 씹으면 구강 점막을 통해 15~30분 이내에 체내에 니코틴이 전달되어 빠르게 흡연 욕구를 잠재울 수 있습니다. 개인차이는 있겠으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니코레트 껌’은 의지로만 금연을 시도할 때보다 장기(12개월 이상) 금연 성공률이 2배 가량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연껌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단적인 예로 배우 신현준 사례가 거론되곤 합니다. 신씨는 몇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담배는 끊었는데 금연껌을 8년간 끊지 못했다는 에피소드로 화제가 되었죠. 배우 김수미는 “신현준이 알려준 금연껌에 중독되어 10년 동안 못 끊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재미난 사례임은 분명하지만 껌, 패치 같은 대체제 역시 니코틴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이지 못하거나 대체제를 사용하면서 담배를 피우면 오히려 더 많은 니코틴에 노출될 수도 있죠. 특히 최근 심근경색을 앓았거나 불안정 협심증을 가진 환자는 니코틴 대체제의 금기 대상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의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고 본인의 흡연량, 흡연 패턴에 맞는 니코틴 대체제를 추천 받아 올바른 용법용량대로 사용해야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겠죠? 니코틴 대체제는 일반적으로 3개월간 사용하면 충분하고 6개월이 지나도 끊지 못했다면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운동, 금연보조제 이용, 명상 등 본인만의 금연 습관을 인증하는 스마트폰 앱도 인기라고 하네요. 함께 금연하면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건 연구 결과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친구가 금연하면 흡연할 확률이 36%, 배우자가 금연하면 67%까지 낮아졌다고 해요. 올해만큼은 꼭 성공하고 싶다면 금연 동지들과 각자의 노하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죠? 여러분의 성공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