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범죄에 무게' 이재명 피습 피의자 신상 공개 검토

이 대표 동선 따라다닌 정황도
정신 병력 여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아
피의자 변명문 원래 제목은 ‘남기는 말’
경찰, 피의자 신상 공개 신중 검토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에 타고 있다. 김씨는 이날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된 김모(67) 씨의 계획 범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구속 기간 만료일인 오는 11일 안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5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전날인 1일 주거지인 충남 아산에서 KTX타고 부산역으로 도착한 후 봉화마을, 양산 평산마, 울산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늦게 가덕도로 이동한 후 인근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 대표를 피습했다. 이와 함께 부산 전세사기 간담회와 김해 봉하마을 등 지난해 6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따라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범행이 철저히 계획된 범죄라고 보이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언급했던 ‘변명문’의 원래 제목은 ‘남기는 말’로, 경찰은 검거 당시 김씨의 상의 주머니에서 압수했다. ‘남기는 말’에는 지난 정부의 정책 비판과 이 대표 살리기에 몰두하는 민주당을 비난하는 취지의 글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때부터 이를 분석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진술과 ‘남기는 말’의 내용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이 대표를 급습할 때 사용한 흉기는 길이 17㎝, 날 길이 12.5㎝ 크기의 등산용 칼이었고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위해 사전에 흉기를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거 이후 김씨는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답변할 때도 기자의 얼굴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해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계획된 범죄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범행 후 유치장에서는 ‘삼국지’를 읽고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김씨의 정신 병력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정신 분석과 진술 분석 등을 위해 전날 저녁부터 범죄심리분석관을 투입했다. 김씨는 변호인 없이 조사에 응하고 있다. 경찰은 또 피의자 신상 공개를 위해 관련 위원회 개최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 씨의 경우 신상공개 요건에 해당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 진술과 ‘남기는 말’,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프로파일러 심리 조사, 압수물 등을 토대로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 배후 세력 여부 등을 밝혀 오는 11일 안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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