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코리안 브러더스의 새해는 출발부터 산뜻했다. 임성재(26·CJ)와 김주형(22)이 2024 시즌 개막전 첫날부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임성재는 5일(한국 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PGA 투어 더 센트리(총상금 200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8언더파 65타를 쳤다. 단독 선두인 사히스 시갈라(미국·9언더파)에 1타 뒤진 공동 2위다. 공동 2위 그룹에는 임성재를 비롯해 지난 시즌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챔피언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과 콜린 모리카와(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등 5명이 포진했다.
이번 대회는 개막전이자 PGA 투어가 지정한 8개의 시그니처 대회 중 하나다.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47억 원)와 페덱스컵 우승 포인트 700점이 걸렸다. 지난해까지는 전년 투어 대회 우승자만 나설 수 있는 ‘왕중왕전’이었지만 출전 선수가 워낙 적어 올해부터 페덱스컵 랭킹 50위 이내의 선수들에도 출전이 허용돼 이번 대회에는 59명이 나왔다.
지난 시즌 우승은 없었지만 페덱스컵 랭킹 24위로 출전 자격을 얻은 임성재는 4번(파4)과 5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시동을 걸었다. 6번 홀(파4)에서 이날 첫 보기를 범하기도 했으나 9번 홀(파5) 버디로 반등에 성공했다. 후반은 자신이 자주 언급했던 ‘무아지경의 순간’이 찾아온 듯했다. 11번(파4)부터 14번 홀(파4)까지 4연속 버디를 솎아내 무섭게 타수를 줄인 임성재는 마지막 17번(파4)과 18번 홀(파5)에서 다시 연속 버디를 보태 한때 공동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2021년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제패 이후 2년 3개월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할 발판을 만든 임성재는 “퍼터를 새로 바꿨는데 잘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끝까지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폭주기관차 김주형도 최대 397야드의 장타를 앞세워 안병훈과 나란히 5언더파 공동 19위로 힘차게 출발했다. 김주형은 지난해 10월 21세 3개월의 나이로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26년 만에 최연소 3승 기록을 세웠다. 이날 새 캐디인 대니얼 패럿(잉글랜드)과 처음 호흡을 맞춘 그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었다. 특히 5번 홀(파5)에서는 2온에 성공한 뒤 10m가 넘는 거리에서 자신의 새해 첫 이글을 터뜨리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임성재와 김주형은 올해 8월 파리 하계올림픽과 9월 프레지던츠컵 등 굵직한 스케줄을 앞두고 있어 시즌 개막을 맞은 각오가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현재 세계 랭킹에서 각각 27위와 11위에 자리한 두 선수는 나라별 상위 2명 안에 들어야 받을 수 있는 올림픽 티켓 확보가 유력하다. 2년마다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이 맞붙는 프레지던츠컵에도 이변이 없는 한 출전이 확정적이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7언더파로 공동 7위에 올랐고 지난해 소니 오픈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김시우(29)는 3언더파 공동 37위로 첫날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