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격 도발은 올해 이어질 고강도 무력 도발의 전주곡으로 풀이된다. 일방적인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하며 ‘말 폭탄’을 쏟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포문을 열고 사격 훈련이라는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이르면 이달 중 추가적으로 재래식 무력시위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 정찰위성 발사 등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자칭 핵탑재 잠수함 전력화를 주장하고 최악의 경우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연초부터 포격 도발에 나선 것은 대북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기 위한 명분 쌓기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북한은 수시로 무력 행보에 나서고 그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떠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선거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여지없이 무력 도발을 해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 총선에서의 대남 선전전, 2016년 총선에서 GPS 교란, 2020년 총선에서 탄도미사일 연쇄 발사 등 우리 총선에 개입하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연말 당 전원회의에 이어 연초부터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우리에 대한 위협과 비방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격 도발이라는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기만행위”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해상 완충 구역에서 사격 훈련을 한 데 대해 도발로 규정하며 강력 경고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해상 사격에 대해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한 후 서해 완충 구역 내 포병 사격을 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 고조 상황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군은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총참모부는 이날 “연평도·백령도 북방서 해안포를 발사한 것은 새해 한국군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이를 이유로 한국이 도발하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우리 군은 상응 조치로 서북 도서에서 대응 해상 사격을 실시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백령도 6여단과 연평부대가 서북 도서 일대에서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해 해상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이번 사격 훈련에서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합참 전투통제실에 위치해 실시간으로 확인·점검하며 군 당국의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서북 도서에 배치된 해병 부대가 해상 사격 훈련을 실시한 것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가 체결된 후 처음이다.
이번 북한의 무력시위는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라는 평가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등의 선거를 겨냥한 군사적 도발이 빈번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관측과 관련한 북한의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근무하는 북한군이 JSA 비무장화를 폐기하고 권총을 휴대했다. 최근에는 파괴 GP에 콘크리트 초소를 건설하는 장면이 식별됐다.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장면도 감지됐다. 샛별-4형 등 신형 무인기를 동원해 전방 지역에서 훈련 중인 북한군의 모습까지 포착됐다.
지난해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무기용 플루토늄(Pu) 생산 우려가 제기되는 북한의 영변 핵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ELWR)에서 활동 증가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와 관련, 국회에서 “내년 여름께 정상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올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끝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올해 군사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선언하며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행보를 보였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4월 한국 총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들의 당선과 한국 정부의 약화를 노리고 군사적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에서도 대미 압박과 대북 정책 전환을 위해 파급효과가 큰 군사행동을 벌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