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일제히 ‘설화 경계령’을 내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이후 ‘혐오 정치’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막말 정치인에 대해서는 ‘공천 패널티’를 주는 방안도 고안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시무식에서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인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들에 대한 공천 배제를 시사했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그런 언행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우리 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그런 대응이야말로 우리 당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국민들께 확실히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극단적인 갈등과 혐오의 정서는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금세 퍼질 것이고, 주류가 돼 버릴 것이고, 그건 망하는 길”이라며 “수십 년간 내려온 합리적인 생각들을 밀어내고 주류가 돼 버린 소위 '개딸(민주당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전체주의' 같은 것은 우리 국민의힘에는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공당이고, 나는 공인”이라며 “우리는 응원과 격려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며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2일 부산을 방문하던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습격당하자 여야 지도부는 총선에 미칠 영향을 염려해 ‘입 단속령’을 내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모두 각 당 소속 의원들에게 “불필요한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 메시지를 보냈다.
여야가 ‘막말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총선에 직격탄을 맞았던 ‘뼈아픈 전례’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관련 망언’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김용민 당시 후보의 ‘미국 라이스 전 국무장관 모욕’ 발언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러한 ‘학습효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설화 파문’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전날 한 위원장의 지시로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 소행 등으로 왜곡하는 내용의 보도 내용을 인천시의회에 돌린 당 소속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에 대해 징계를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초 예비 후보자 검증 신청 서약서 항목에 ‘막말 검증 기준’을 추가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