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물 또 통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인간의 본질적 열망 자극[현혜선의 시스루]

[리뷰]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재벌집 막내아들', '완벽한 결혼의 정석' 등에 이은 회귀물
과거를 아는 주인공,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 선사
박민영, 나인우, 송하윤, 이이경 출연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방송 담당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스틸 / 사진=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현대 회귀물 장르다. 회귀물은 인생을 다시 산다는 걸 주요 소재로 삼는 장르로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이 미래를 바꾸면서 펼쳐지는 내용을 다룬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원작이 연재되던 시점, 이미 웹소설 계에서는 회귀물이 크게 유명하고 있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웹소설 시장이 특수를 맞으면서 다양한 회귀물은 쏟아져 나왔다. 회귀물은 이제 인기 장르를 넘어 하나의 클리셰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작품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회귀물은 영상 시장까지 장악했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 '재벌집 막내아들', '전지적 독자 시점', '완벽한 결혼의 정석', '내 남편과 결혼해줘'까지 영상화 됐거나 영상화 될 예정이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최고 시청률 12%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고, '재벌집 막내아들'은 최고 시청률 26%를 넘기면서 신드롬급 작품에 등극했다. '완벽한 결혼의 정석'도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웹소설 시장의 인기가 드라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회귀물의 공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통해 회귀물이 이처럼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를 조명해봤다.


◇'내 남편' 59개국 톱10 진입…회귀물, 글로벌서도 통했다 =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연출 박원국)는 절친 정수민(송하윤)과 남편 박민환(이이경)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이야기다. 동명의 원작 웹소설은 다운로드 횟수가 4000만을 넘기는 등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인기에 힘입어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웹툰 역시 큰 인기를 얻었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번역돼 글로벌 독자들과 만났다. 웹소설,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은 첫 방송부터 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까지 사로잡고 있다.


글로벌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에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TV쇼 카테고리 글로벌 전 지역 종합 데일리 순위 톱3에 올랐다. 호주, 일본, 인도 등 59개국에서는 톱10에 진입했고, 그 중 40개국에서는 톱5안에, 37개국에서는 톱3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5개 주요 동남아 국가에서는 당당히 1위를 차지, K-콘텐츠의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스틸 / 사진=tvN

◇복수극+회귀 판타지 조합…익숙한 듯 새롭네 =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회귀물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된다. 과거로 돌아간 강지원은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주식을 통해 부를 축적한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친한 친구의 외도를 목격하고 살해 당한 지원이 이들을 결혼 시킬 결심을 하는 부분은 복수물의 형태를 띄는데, 이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복수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지원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 의기소침했던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은 성장물 수준이다. 멋진 남자와의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로 오니,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유지혁(나인우) 부장이다. 묵묵히 지원을 챙겨주는 유지혁 부장은 앞으로 든든한 방패가 돼 줄 예정이다. 여기에 첫사랑 백은호(이기광)의 등장까지, 로맨스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들의 러브라인은 남편에게 또 다른 복수가 된다. 한국 시청자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복수극에 회귀물이라는 판타지 요소를 추가해 신선함과 극적인 재미를 더한 것이다.


◇인생 리셋하고 싶은 열망 ‘대리 만족’ = 회귀물이 사랑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느 장르의 소재로 쓰여도 무난하다는 범용성이 있는데, 판타지, 로맨스, 오피스물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했을 때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어느 장르에 들어가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주인공이 홀로 승승장구하는 개연성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은 막강하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알고 방어할 수 있는, 한마디로 신적인 존재다. 이런 개연성이 회귀했다는 이유 하나로 설명될 수 있다.


그 안에는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열망이 깔려 있다. 누구나 지금의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달콤한 상상을 영상에 옮겨놨으니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나를 배신했던 이들을 향한 복수가 깔려 있으면 더욱 달콤하다. 빠른 전개도 인기에 한 몫하는데, 회귀했다는 것 자체로 서사가 완성됐으니 불필요한 전개 없이 빠르게 작품이 진행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이제 막 뚜껑을 열었다. 앞으로 주인공이 펼쳐질 복수가 어떻게 그려질지, 시청자들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를 줄지 기대된다. 또 이를 발판 삼아 주인공이 바꾼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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